'카카오페이 등 간편송금결제 앱을 통해 주인 몰래 돈을 인출'(3월 31일자 23면 보도)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신종 금융사기'가 전국적으로 발생, 경찰이 수사 중인 가운데 알뜰폰 업체들의 허술한 본인 확인 절차가 이번 사건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5일 '신종 금융사기'의 피해자 중 한 명인 윤모(43·여)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해외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만들어진 체크카드 사용이 시도됐다. 이후 지난 1월 2일 알뜰폰 업체인 헬로모바일의 인터넷 가입 절차를 통해 체크카드 번호를 이용한 대포폰이 개통됐다.

이 대포폰은 모바일 간편송금결제 앱의 회원 가입에 사용됐고 윤씨 명의의 농협 4개 계좌에서 530여만 원이 인출되는 사고로 번졌다. 윤씨의 경우 금융사기를 당한 것은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에다 알뜰폰 업체들의 허술한 본인 인증절차가 더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알뜰폰 업체 헬로모바일의 경우 카드번호나 유료 공인인증서인 범용공인증서 둘 중 하나만 있으면 개통이 가능하다. 또 지난 2014년 '카드3사 개인정보 유출사건'으로 1억 건이 넘는 개인정보·결제계좌·카드번호 등이 유출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알뜰폰 업체들은 정부에 오히려 알뜰폰 가입절차 간소화를 요구하는 상태다.

윤씨는 "이동통신 3사에 연락을 해봐도 내 명의의 대포폰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며 "사실상 전 국민의 개인정보가 털린 상황에서 카드번호만으로 휴대전화 개통이 가능하다는 것은 또 다른 명의도용 범죄만 양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헬로모바일 측은 윤 씨를 통해 "합법적 절차에 따라 개통된 이동전화이며 정상적으로 요금을 부과할 계획"이라고 알려왔다.

방송통신위원회 한 관계자는 "현재 알뜰폰 가입에 필요한 본인 확인절차를 통해서는 범죄에 악용할 경우 딱히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제도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포천/김규식·정재훈·김연태기자 jjh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