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행정기관 대통령령근거 규정
'사후평가 공개' 점검시스템 운영

지자체 발주용역 '피드백' 의무없어
경기도, 용역심의위 '사전검증'만
충북도 강제조례 제정과 '대조적'


연구용역을 발주하면 사후 평가까지 공개하도록 한 중앙행정기관과는 달리, 지자체가 진행하는 연구용역은 활용방안 등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 이에 타 지자체들은 자체 조례를 통해 연구용역에 대한 활용 및 평가를 외부에 공개하고 있지만, 도의 관련 조례에는 이 같은 의무가 생략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불필요한 연구용역이 발주되는 것을 막고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례 개정을 통해 도의 연구용역도 사후 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자체 연구용역, 사후 평가 프리패스

행정기관이 정책 수립 등의 목적으로 수행하는 연구용역은 '행정 효율과 협업촉진에 관한 규정'이라는 대통령령에 근거를 두고 있다. 영에 따라 행정자치부, 국방부 등 중앙행정기관은 연구용역 결과가 도출되면 결과 보고서를 정책연구관리시스템(PRISM)에 공개하고, 부처에서 연구 결과를 평가한 '평가 결과서'를 등록하도록 돼 있다.

이후 보고서 등록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이를 정책 수립이나 법률 제·개정에 활용한 내용을 설명한 '활용결과 보고서' 역시 추가로 등록해야 한다. 세금으로 진행된 연구인 만큼 연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국민들에게 공개하겠다는 취지다.

행자부가 정책연구관리시스템에 등록된 활용결과 보고서를 자체 분석한 결과,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중앙행정기관이 수행한 연구용역은 9천875건이었고 그중 59.6%(5천886건)가 정책 수립 및 관련 법률 제·개정에 활용됐고, 40%(3천950건)가 정책 참고사항으로 쓰인 것으로 집계됐다.

행자부는 매년 활용결과 보고서가 등록되지 않은 사례를 취합해 기획재정부와 감사원에 보고한다. 기획재정부는 이 자료를 토대로 평가결과 보고서를 등록하지 않은 부처의 후년도 연구용역 예산을 깎고, 감사원은 이 사항을 감사하는 식으로 점검한다.

하지만 대통령령에 근거한 지자체의 연구용역은 보고서만 공개하도록 돼 있을 뿐 평가나 활용 방안 공개 등 피드백에 대한 의무는 없다. 행자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발주한 연구용역은 지방자치 측면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사전 평가는 철저, 사후 평가는 미비


도는 낭비성 연구용역 예산을 줄이기 위해 사전 심의기관인 '학술용역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그 근거는 '경기도 학술용역심의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다.

행정1부지사와 도의원, 대학교수 등이 참여하는 심의위는 각 실국에서 올라온 연구용역 안건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검증을 통과한 용역만 예산을 편성해 발주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사전 심의는 철저한 반면, 사후 평가에는 안이한 것이 현재 도의 연구용역 시스템이다. 정책연구관리시스템에 공개된 최근 3년간 도의 연구용역 65건 중 평가 결과서가 등록된 것은 8건에 불과해 연구성과에 대한 사후 평가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타 지자체는 자체 조례를 통해 연구용역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충청북도는 '정책연구용역 관리 조례'를 제정해 정책연구용역의 사전 타당성 검증뿐 아니라 '결과의 평가에 관한 사항'과 '결과의 공개 및 활용상황의 점검 등에 관한 사항' 역시 모두 공개하도록 강제한다.

충북도 관계자는 "결과 및 활용 상황 공개가 의무이기 때문에 정책연구관리시스템에 활용결과 보고서를 모두 등록하고 있다. 연말마다 자체 점검을 통해 이를 공개하지 않은 부서에 통보하는 식으로 관리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연구용역 활용평가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경대학교 행정학과 이원희 교수는 "도의 연구용역들은 사전 심의를 거쳤기 때문에 불필요한 연구가 진행됐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면서도 "하지만 도민의 세금으로 수행된 연구이기 때문에 활용결과 공표 등 사후 관리는 필수다. 사후 평가가 돼야 형식적인 연구용역 발주를 막고, 정책 수립의 참고자료로서 제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기정·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