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경쟁력 밀려 폐업 속출
경기도내 생산량 32.9% 감소
지난 9일 찾아간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동의 한 포도 비닐하우스. 가지치기하고 농약을 뿌릴 시기지만 손을 대지 않은 하우스에는 잡초만 우거져 있었다. 하우스 안에 들어가자 바싹 마른 나뭇가지에는 지난해 씌워둔 텅 빈 포도 봉지들만 바람에 나부꼈다.
황무지나 다름없는 이곳은 지난해만 해도 2만㎡의 면적에 2천 그루가 넘는 포도를 키우던 곳이다. 한 해 평균 60t이 넘는 포도가 생산됐지만, 농장주 김모(54)씨는 지난해 폐업을 결정했다. 칠레산과 미국산 포도들이 물밀 듯 들어오면서 '대부 포도'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외국산 과일수입이 급증해 시장을 잠식하면서 경쟁력 있던 국산 과일마저 설자리를 잃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칠레와 첫 FTA가 발효된 지난 2004년 당시 과일 수입량은 50만5천t이었지만 지난해 86만3천t으로 12년 새 36만t(41.5%)이나 증가했다.
쏟아져 들어온 외국산 과일에 국산 과일소비는 급감했고, 영세 농가들은 가격 폭락을 견디지 못해 폐업했다.
경기도에서만 지난해 포도와 블루베리 농가에 각각 60억원, 71억원의 폐업 지원금을 지급했다. 2015년 포도폐업 지원금(13억원)보다 4배 넘게 증가했으며 블루베리까지 폐업지원 대상 품목에 추가됐다.
경기도내 과일 생산량은 2004년 총 14만8천799t에서 2015년 9만9천828t으로 32.9%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과수재배 농가들은 이 같은 생산량 감소세가 지속되면 대부포도, 먹골배 등 도내 특산 과일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