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 '긴장완화를 위한 긴장 고조'(escalate to de-escalate) 등으로 이름 붙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 독트린이 북핵 문제에서 첫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다.

지난 6∼7일(현지시각) 미·중정상회담을 전후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은 '힘을 통한 평화'기조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게 중평이다. 지난 2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를 통해 "중국이 북핵을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가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트럼프는 지난 6일 미·중 정상 간의 만찬 직후 단행한 시리아 공습, 한반도 쪽으로의 항모 이동 등으로 북한을 압박했다.

이는 동시에 결정적인 대북 영향력 행사를 주저하는 중국을 압박한 것이기도 했다.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 선단을 한반도 쪽으로 이동시킨 데 대해 트럼프는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북한의 추가 행동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한반도 주변으로의 군사력 전개는 중국에 큰 부담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한미가 아무리 북핵에 대한 방어용이라고 설명해도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반대 입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는 중국이기에 자신들 턱밑으로 미군 전략무기가 수시로 들어오는 데는 극도로 민감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12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중국의 원칙이라 할 '평화적인 방법으로의 문제 해결'을 거론한 데도 트럼프의 '항모 압박'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일각에서는 보고 있다.

결국, 현재까지 트럼프가 보여준 북핵 해법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아직은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군사력을 바탕에 깐 채 무역 관련 당근과 채찍을 곁들여 가며 중국의 대북 압박을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군사력, 즉 힘의 우위를 외교 어젠다 관철에 적극적으로 사용하려는 태세를 보인다.

'긴장 완화를 위한 긴장 고조'는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리스트 조쉬 로긴이 지난달 20일 자 논평에서 트럼프의 외교정책 원칙을 규정한 표현으로, 현재의 북핵 관련 상황에서 그 경향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한반도 긴장완화'로 이어질 북핵 해결 목표를 위해 '미국이 대북 군사 행동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까지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을 마다치 않는 모습은 협상 타결 전 우위를 점하기 위해 상대와 거침없이 맞붙어온 사업가 시절 트럼프의 기질이 외교에 그대로 적용되는 양상이다.

일단 북핵에 적용된 '트럼프 독트린'은 장기 교착 양상으로 전개되던 북핵 외교의 판을 흔드는 데까지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가 12일 사평에서 "최근 점점 더 많은 중국인이 대북제재 강화를 지지하고 있다"며 "북한이 이달 '마지노선'을 또 한 번 넘는다면 중국 사회는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을 포함한 유엔의 추가 제재에 찬성표를 던지길 원할 것"이라고 쓴 것은 트럼프 변수가 야기한 중국의 기류 변화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외교 소식통은 방한 중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로부터 북한에 대한 피로감과 함께 중국이 자국에 대한 미국의 기대와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식 외교가 중국을 움직이고, 중국은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시키는 동시에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끌고 나옴으로써 20년 이상의 난제인 북핵 문제에 돌파구를 만들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속단하기 어려워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가 군사력을 통한 압박에 더해 무역상의 당근과 채찍까지 북핵 문제와 연결지어놓은 상황에서 중국이 최소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제대로 이행하는 정도의 성의는 보일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미국이 기대하는 대북 원유공급 중단처럼, 중국이 포기하지 않고 있는 북한의 '전략적 완충지대' 효과를 흔들 수 있을 정도의 고강도 대북 압박까지는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분간 중국은 북한산 석탄 수입 제한과 같은 안보리 결의의 성실한 이행, 국경 통관 심사 강화 등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 동시에 한미를 설득해 대화의 장을 만드는 쪽에 역점을 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전문가는 13일 "중국이 대북 영향력을 어느 정도로 행사할지는 결국 북한이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면 중국도 더 이상 좌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미·중 관계와 북한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하도록 중국을 내몰 것이냐, 도발을 일단 중단함으로써 중국이 외교의 공간을 만들 시간을 확보하게 하느냐가 트럼프식 북핵 해법의 진로에 중대한 변수로 부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