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강수량 평년 대비 75%
관개시설 취약 봄가뭄 피해
작물 보험 보상사례도 없어
"물 공급 밭농사 확대" 지적
12일 오전 안성시 미양면의 한 양배추밭. 밭주인 김모(60)씨는 "비를 기다리다 때를 놓쳤다"고 한숨을 내쉬며 6천600여㎡의 밭에 2만 포기가 넘는 양배추를 서둘러 파종하고 있었다. 김씨의 밭은 가뭄으로 말라붙어 누런 흙먼지가 날렸다. 김씨는 고민 끝에 개울까지 막아 밭에 댈 물을 모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개울 수심은 10㎝도 채 안 됐다.
매년 개울물이 성인 무릎까지 찼는데, 올해 강수량이 평년 대비 70%대에 그치면서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다.
김씨는 "땅이 젖어 있어야 파종 직후 영양분을 잘 흡수하는데 비가 오지 않아 마지막까지 기다리다가 평소보다 2주 늦게 파종했다"며 "늦은 파종으로 수확이 7월로 넘어가면 높은 기온으로 양배추가 무르거나 병충해가 극심해 생산량이 줄어들까 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봄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밭농사로 생계를 꾸려가는 농부의 마음이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13일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에 따르면 도내 올해 평균 강수량은 지난 10일 기준 76㎜로, 평년(102㎜) 대비 75% 수준에 불과하다. 지역별로는 여주·이천 66㎜(평년 대비 57%), 안성 75㎜(〃73%), 파주·고양 72㎜(〃73%), 양평·광주 75㎜(〃73%) 등이다. ┃표 참조
사정이 이런데 밭은 논보다 관개시설이 미흡해 가뭄에 더욱 취약하다. 관개시설이 설치된 도내 밭 면적은 지난 2015년 기준 6천㏊로, 전체 밭 면적의 8.1%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밭 농가들은 소형 관정 등 관개시설을 직접 설치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소형관정 설치 비용만 공당 150만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뭄으로 인한 밭작물 피해는 수량화하거나 증명하기 어려워 합리적인 보상을 받기도 어렵다. 실제 지난해 안성, 이천, 화성, 여주 등 도내 일부 지역에서 가뭄피해가 극심했는데도 농업재해보험으로 보상을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서명철 국립식량과학원 연구관은 "가뭄이 발생해 밭작물 수확량이 줄고 작황이 나빠지더라도 가뭄과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기는 쉽지 않다"며 "벼농사 위주의 물공급 계획을 밭농사로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웅기·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