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남하 안하면 발포할것"
北 엄포성 무전 말투 억세져
"연평도 포격했을때도 비슷"
사라진 中어선, 어민 초긴장
"빨리 남하하지 않으면 발포하겠다. 불바다를 만들겠다."
지난 11일 서해5도 연평어장에서 조업을 하던 어민 A씨는 어선 조타실에 설치된 VHF 무전(모든 선박들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무선 채널)에서 들려오는 북한 경비 함정의 경고 방송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꽃게 조업철만 되면 가끔씩 북측에서 이런 엄포성 무전을 보내지만 최근 들어 말투와 내용이 더 억세지고 원색적으로 바뀌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조업구역을 벗어나지 않았는데도 북측에서 이런 엄포성 무전을 계속해서 송출하자 연평 어민들 사이에서는 "이번에는 진짜 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4월 꽃게철만 되면 수백 척의 중국어선이 연평도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진을 치지만 올해 들어서는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6일을 기점으로 NLL 해상에서 중국어선이 자취를 감췄다.
지난 11~13일 해양경찰이 집계한 연평도 NLL 해상의 중국어선 수는 '0'이다. 어민들이 긴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씨는 "2010년 북한에서 연평도로 포격했을 때도 이렇게 중국 어선이 한 척도 없었다"며 "우리는 피폭 경험이 있어 겉으로 내색들은 하지 않지만 무슨 징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모이면 한다"고 말했다.
연평도의 또 다른 어민도 예년과 다른 바다 분위기에 촉각을 곤두세운다고 했다.
어민 B씨는 "보통 얘네들(중국 어선)이 북한이 포문을 열면 빠진다"며 "5~6일 전부터 중국어선이 싹 없어져서 주민들끼리는 진짜 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을 주고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항공모함 배치나 현재 남북 분위기가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우리로선 알 길이 없는 실정이어서 답답하고 무섭기만 하다"고 했다.
중국어선의 이런 특이 동향은 서해5도 어장 조업을 감시하는 어업지도선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어업지도선 인천 228호 관계자는 "최근 들어 연평도 해역에서 중국어선이 싹 사라졌다"며 "이런 상황을 두고 어민들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와 군(軍)은 '4월 위기설'과 미국의 '북한 선제 타격설' 등 현재 한반도 분위기에 대해 근거 없는 위기조장이라고 일축하지만, 서해 최전선 주민들이 체감하는 긴장감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김명호·김민재기자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