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마음 움직일 수 있는 순수한 열정과
진정한 정책 제시한다면 한표 던질 수도

모건과 함께 여행한 '참사람 부족'은 62명이었다. 이들이 돌연변이인 백인 여의사를 자신들의 내밀한 곳으로 끌어들여 그들의 속살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몇 차례의 고비가 있었다. 이 무탄트를 왜 부족 행사에 초대해야 하는지, 그를 왜 부족의 신성한 장소에 들여야 하는지에 대하여 이해하지 못하는 일원이 있었다. 답은 토론이었다. 어떨 때는 그 62명의 부족이 사흘에 걸쳐 토론한 경우도 있었다. 그때마다 리더의 역할이 중요했다. 그는 일방적으로 결론을 이끌지 않았다. 토론 과정을 거쳐 전 부족이 하나로 움직이게 하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것은 오로지 리더의 몫이었다. 그렇게 해서 내린 결론 중의 하나가 '지구를 떠나자'는 거였다. 가히 충격적이다. 개그 프로에 나오는 '지구를 떠나거라'는 얘기가 아니다. 이들은 누구도 아이를 낳지 않음으로써 자연스럽게 부족이 멸종을 맞도록 하는 데 의견일치를 봤다. 그 결론을 위해 얼마나 많은 토론이 있었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토론이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영어의 신세가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유난히 토론을 싫어했다. 자신이 임명한 비서진이나 장관들과도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일을 꺼렸다. 일일이 얼굴을 보면서 하는 식이 아니라 비선 라인의 얘기를 은밀한 방식으로 참고했다. 박 전 대통령은 여러 문제가 터지자, 소통을 하겠다고 강조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도 배석한 장관들에게 '대면 보고가 꼭 필요하냐'고 억지웃음을 지으면서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소통 약속은 거짓이었다.
'참사람 부족'이 아이를 낳지 않는 방식으로 멸종하자고 스스로 결론을 내린 토론은 목숨을 담보로 한 것이었다. 종족의 목숨을 더 이상 잇지 않기로 하는 문제를 다루는 토론은 상상만 해도 무시무시하다. 거기에 무슨 흉계가 있을 것이며 기만술이 있겠는가. 대선 후보들은 앞으로 있을 토론에서는 목숨을 걸지는 않을지라도 순수한 열정과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진정성 있는 정책을 제시했으면 한다. 그렇게 할 때에만이 비로소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게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소통이다. '소통(疏通)'이라고 할 때의 '소'자는 아이를 밴 만삭의 임신부가 서 있는 상태에서 양수가 터진 모습에서 따왔다고 한다. 아이를 낳는 것 또한 산모나 아이나 목숨을 거는 일이다. 그만큼 신성하다. 목숨을 담보로 한 토론이나 출산처럼 후보들의 모든 것을 거는 그런 진정한 약속에 한 표 던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