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건설사의 광교 오피스텔 분양현장은 청약제도의 문제점들을 다 보여준 사례가 됐다. 현장에 있던 분양신청자들은 투기를 조장하는 대기업의 횡포 때문에 생고생을 했다고 비난했다. 15시간 넘게 기다리다 지친 신청자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소동까지 빚어졌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부동산 투기 세력이 활개 쳤고, 건설사는 이를 방관했다.
한화건설은 지난 17~18일 수원 '광교컨벤션 꿈에그린' 오피스텔을 분양했다. 전용면적 84㎡ 5가지 타입 759세대 규모다. 청약기간 모델하우스 주변은 차량과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면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수만명의 분양신청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대기부터 청약까지 15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모델하우스 인근 도로는 불법 주·정차된 차량으로 정상 통행이 불가능했다. 18일에는 비까지 내리면서 줄을 선 분양신청자들을 더 힘들게 했다. 오전 10시부터 줄을 섰던 50대 주부는 오후 9시께 접수를 포기한 채 집으로 돌아서야 했다고 한다. 새벽 4시께는 지나야 접수가 가능하다는 안내 방송을 듣고 나서다.
분양신청자들은 한화건설의 비윤리적인 호객행위로 불편이 가중됐다고 비난한다. 한화건설이 부동산 중개업자들에게 계약 건당 300만원을 지급하는 이른바 'MGM(members get members)'방법을 채택한 때문이다. 부동산 업자들은 한 번에 200여 명의 청약을 대행하는 등 극성을 부렸다. 1명이 4건까지 신청할 수 있어 대기시간은 그만큼 늘어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기업 건설사가 인센티브를 이용해 경쟁심리를 자극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한화건설이 인터넷 접수를 통해 청약을 받았다면 이런 소동과 불편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흥행을 노린 한화건설은 현장 방문을 통한 직접 청약방식을 고수했다. 회사 측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오히려 투기세력이 몰리는 결과를 불렀다. 10시간을 넘게 기다리고도 청약을 포기한 한화 오피스텔 분양현장은 부동산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대기업 계열사인 한화건설의 얄팍한 상술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정부도 이참에 오피스텔 청약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처방책을 내놓아야 한다.
[사설]'밤샘 줄서기' 비뚤어진 청약제도 바로 잡을때
입력 2017-04-19 22:59
수정 2017-04-19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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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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