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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언 / 사회부
치킨(Chicken)게임.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한 이 게임은 한밤중에 도로 양쪽에서 두 운전자가 자신의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를 일컫는다. 핸들을 꺾은 사람은 겁쟁이를 뜻하는 속어인 '치킨'으로 불렸다. 어느 한쪽도 핸들을 꺾지 않을 경우 두 운전자 모두 승자가 되지만, 결국 충돌하게 된다. '치킨게임'과 유사한 사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 간·공공기관 간에도 나타났다. 그리고 양쪽 모두 몽니를 부리는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았다.

지난해 11월 말 대법원이 학교용지법에 명시되지 않은 개발사업에 대해 지자체가 징수한 학교용지 및 학교용지부담금을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돌려주라고 판결하면서 시작된 '학교용지부담금 반환 사태'도 그중 하나다. 대법 판결로 승기를 잡은 LH는 경기도뿐만 아니라 인천시, 세종시, 경상도 등 전국을 휘저으며 이른바 '도장 깨기'를 시작했다. 교육청도 신도시 내 신규 학교 설립을 위한 협의에 응하지 않는 방식으로 주택시장을 볼모로 잡았다. 파장은 대단했다. 신도시 내 분양이 전면 중단되면서 주택시장은 초토화되기 시작했다. 경기도의 경우 국민의 혈세로 원금 1조6천억원, 이자포함 5조여원을 당장 올해부터 LH에 돌려줘야 했다. 지방재정은 그야말로 파탄 위기에 처했다. 서로에게 득이 되는 것은 없었다. LH는 택지 판매 비용에 학교용지부담금을 포함했기 때문에 택지를 구입한 건설사 등에 이를 다시 돌려줘야 해 줄소송 홍역을 치를게 뻔했다. 지자체와 교육청은 수조원에 달하는 지방재정 파탄을 막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국민이 떠안아야 할 피해 규모만 부풀리고 있었다.

양측의 갈등을 풀어낸 것은 어처구니없게도 '대화'였다. 국무조정실 주재로 테이블에 마주 앉은 양측은 그간 쌓였던 불만을 한꺼번에 쏟아내고는 중재안을 '그들 스스로' 도출했다. '치킨'이 되지 않으려 대법원까지 가며 치고받았던 그간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결국 주택시장을 초토화 시키고 소송비용 등 세금만 날린 셈이다. '이제라도 해결됐으니 다행'이라는 식의 안일함은 안된다. 세금이 단 1원이라도 투입됐다면 치킨게임은 없어야 한다. '대화'로도 해결할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지 않았는가.

전시언/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