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취업해 수십억원대의 산업기술을 빼돌린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4년여간 중소기업을 옮겨 다니며, 50억원대 산업기술을 빼돌린 혐의(영업비밀 유출)로 함모(49)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함씨는 지난 2012년부터 최근까지 포천과 양주 등 경기북부지역 4개 중소기업에 취업해 산업기술 6천642건, 총 57억원 상당의 영업비밀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2013년 7월부터 2014년 10월에 이어 2016년 7월부터 12월까지는 포천시 소재 A사 설계사업부 연구소 부장으로 일하면서 건식샌드플랜트 생산설비 설계도면 등 산업기술을 빼돌렸다.

이 기술은 A사가 20년간 20억원을 들여 개발한 것으로 석산 등의 원석을 크기에 따라 분쇄해 건축산업용 모래를 생산하는 독자 기술이다.

함씨는 또 A사의 기술 2천822건을 빼돌려 개인 사업체를 설립하고 관련 공사를 수주하려 했으나, 경찰 수사로 덜미가 잡히면서 입찰에는 실패했다.

앞서 2012년 10∼12월에는 포천시 소재 B사에서 산업용 인쇄건조기 설계도면 등 1천656건(17억원)을, 2013년 2∼7월에는 C사에서 식의약품 저장용기 자동화 설계도면 등 2천160건(13억원)을, 2015년 4월∼2016년 6월에는 양주시 소재 D사에서 산업용 공기정화 필터 설계도면 등 4건(7억원)을 각각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함씨는 친인척이 운영하는 업체에서도 영업비밀을 유출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면서 처벌대상에서는 제외됐다.

경찰조사결과 함씨는 이들 중소기업 4곳에서 취업과 퇴사를 반복하며 이동식 저장 매체를 이용해 산업기술을 무단으로 반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독자적 기술 등은 보안에 취약해 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많고 업체에 주는 타격이 크다"며 "기술유출이 의심될 경우에는 지체 없이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의정부/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