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소·고발이 남용되는 것과 관련해 검찰이 대대적인 정비에 나선다. 허위 고소·고발에는 엄정 대처해 억울한 피해를 줄이기로 했다.

이는 김수남(57·사법연수원 16기) 검찰총장이 2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김 총장은 회의에서 "무고는 사법질서를 교란하고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해 사법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사회갈등을 조장하는 악질적인 범죄"라며 "무고죄를 더 엄정하게 처벌해 사회적 폐해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비교해 보면 고소·고발의 절대 수치도 우리나라가 60배 많고, 인구 10만명 당 피고소·고발 인원은 150배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며 "고소·고발이 많다 보니 자연히 무고에 해당하는 허위 고소도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대검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고소·고발된 인원은 74만명대다. 고소·고발 사건의 기소율은 대개 20% 정도다. 따라서 연간 14만∼15만명 정도가 기소되는 셈이다.

김 총장은 "고소가 많다 보니 자연히 무고에 해당하는 허위 고소도 많아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무고에도 처벌은 미미해 검찰의 처벌 관행이 관대한 건 아닌지 검토를 당부했다.

지난해 무고로 기소된 인원 2천104명 중 불과 5%인 109명이 구속되고 나머지는 불구속되거나 약식명령이 청구됐다.

기소 인원의 80% 정도에 집행유예 내지 벌금형이 선고되며, 실형 선고 경우에도 평균 징역 6∼8개월가량이 선고됐다.

김 총장은 "검찰의 무고사범 대응은 매우 관대한 실정"이라며 "처리 관행과 처벌 수준이 적절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로 선고되는 최고 징역형이 2년, 대부분이 징역 6∼8월 정도라면 구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우리는 습관적으로 법정형 밑바닥에서 구형하고 있다. 그러니까 '법이 무르다', '형벌이 가볍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총장은 조선 시대 '반좌(反坐) 제도'를 소개하면서 엄중한 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무고를 하면 그 사람이 무고한 범죄에 해당하는 수위로 처벌하는 제도다. 살인죄를 무고하면 살인범이 받는 형벌로, 상해죄로 무고하면 상해죄의 형벌로 처벌하는 것이다. 조선의 '경국대전'이 명나라 형법인 '대명률'을 원용해 이 제도를 실시했다.

김 총장은 "지금은 무엇으로 무고했는지 상관없이 대부분 1년 정도를 구형하는 실정"이라며 "살인을 무고했으면 살인죄의 중대성을, 강간을 무고했으면 강간죄의 중대성을 참작해 그에 상응하는 형을 구형하는 것이 (국민의) 법감정에 맞다"고 말했다.

그는 "반좌 제도의 취지를 살려서 처벌기준, 구형기준, 구속기준을 엄중하게 정비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