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28)씨는 스마트폰 채팅앱을 통해 3년간 '사이버 연인'으로 지냈던 애인의 정체를 알게 된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을 여고생이라고 소개하며 직접 찍은 사진까지 보냈던 애인의 정체는 바로 남성 B(24)씨였기 때문이다.

B씨는 직접 만나지 않는 한 성별을 확인할 수 없는 채팅앱의 특성을 악용해 지난 2014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A씨의 '사이버 연인' 행세를 해왔다. B씨의 접근 목적도 오로지 '돈'이었다. B씨는 A씨에게 채팅을 통해 서로 외로움을 달래자며 '사이버 연인'을 제안한 뒤 생활이 궁핍하다는 이유로 차비 등의 금품을 요구했다.

B씨가 남성인 줄 꿈에도 몰랐던 A씨는 금품을 요구할 때마다 적게는 3만원, 많게는 90만원까지 송금해 줬다. 이렇게 A씨가 B씨에게 보낸 돈은 총 315회에 걸쳐 5천만원에 달했다.

3년 동안 꾸준히 모은 월급 대부분을 송금했던 A씨는 더 이상 돈을 마련하기 힘든 지경에 이른 데다 돈만을 요구하는 것이 의심스러워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B씨의 사기행각은 막을 내렸다.

일산동부경찰서는 지난달 19일 수사에 착수한 지 1주일 만에 서울의 한 게임방에서 B씨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결과 B씨는 단 한번도 생계를 위해 일해 본 적이 없으며, 프로게이머 지망생으로 활동하다가 중도 포기한 뒤 생활고에 시달려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와 같은 스마트폰의 앱을 이용한 범죄가 증가하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4년 1만4천여 건이던 사이버 범죄는 2015년 1만7천건, 지난해 상반기 기준 1만8천여 건으로 급증한 상황이다.

/황준성·김우성기자 yaya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