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기침체 부작용 홍역
21곳중 준공 1곳·6곳은 중단
수백억대 매몰비용 '걸림돌'
주민들 '돈 문제' 취소 요구
市, 3차 출구전략 해결 노력
부동산이 활황이던 2000년대 중반, 낙후된 지역을 새롭게 개발하는 뉴타운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헌 집을 새집으로 고친다는 취지 아래 이곳저곳에서 뉴타운 신화가 쓰여지며 뉴타운 붐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뉴타운 인기도 한때였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오자, 뉴타운 추진지역 곳곳이 사업 중단 등에 따른 부작용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수원시도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는 주민들이 늘어나는 등 각 구역마다 혼란을 겪고 있는 중이다. 이미 투입된 매몰 비용도 수백억원대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 21개에 달하는 사업지역, 취소 요구 잇따라
=수원시에 따르면 정부의 뉴타운 정책 등과 맞물려 시의 재개발지역으로 지정·고시된 곳은 21곳에 달한다. 전체 면적만 181만여㎡, 계획된 공동주택은 2만8천여 세대에 달한다. 이중 영통1구역을 제외한 20곳이 부동산 경기가 좋던 2009년과 2010년에 지정·고시된 구역이다. ┃표 참조
하지만 부동산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7년이 지난 현재까지 사업이 준공된 지구는 화서동 115-1구역 단 1곳에 불과하다. 현재 6곳은 주민들의 요구로 재개발사업이 취소됐고, 영화동과 고색동 등 3곳은 시에 사업취소를 신청한 상태다. 또 정자동·영화동·인계동 등 6개 재개발지역 주민들은 사업취소를 시에 요구하고 있다.
■ 오락가락 정책, 커지는 갈등
=재개발지역 주민들이 사업취소를 시에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돈'문제다. 개발이 지연되면서 거주환경이 나빠지고, 재산권 행사도 못하게 된 주민들이 차라리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인계동의 한 주민은 "당초 재개발조합이 3.3㎡당 1천만원씩 보상해 주겠다고 했는데, 감정평가에서 절반가량인 500만원대로 책정됐다"며 "우리가 더 달라는 것은 아니다. 현재 주변 시세와 맞게 책정돼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재개발지역에 묶여 있다 보니 부동산 거래와 은행 대출도 쉽지 않아 전세금 반환 문제 등으로 인한 갈등도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주민 불만에도 해제가 쉬운 건 아니다. 의견이 엇갈리면 수원시가 조례로 정한 해제기준(토지 등 소유자 또는 토지면적이 50% 이상 반대)을 충족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원시의회가 최근 이 기준을 완화하는 '수원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개정안'을 추진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매몰비용 문제도 향후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현재 일부 조합에서는 사무실 임대료와 용역비 등에 사용된 비용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는 '정비사업 추진위원회 및 조합 사용비용 보조기준'에 따라 검증액의 30% 이내에서 최대 12억원까지만 보전해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송기돈 수원시재개발비대위연합 대표는 "장기간 지지부진한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주민의 피해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시의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며 "시는 주민들의 생존이 달린 재개발사업 해제를 모른 척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 수원시만의 출구전략 통할까?
=시는 조합운영 투명화 및 사업촉진 제고를 위해 '재개발 재건축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시는 해결방안으로 지난 2011년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 발전 모델' 완성을 목표로 한 새로운 도시재생 패러다임 1차 추진계획을 발표한 후, 이를 보완한 2차 도시재생 추진 종합계획을 지난 2014년에 발표하는 등 수원시만의 특화된 출구전략을 마련했다.
시는 현재 도시재생 촉진 지원·조합운영 투명성 개선실현·해제지역 지원·제도개선 건의·정비구역 해제기준 변경 추진 등이 담긴 3차 출구전략 수립에 나선 상태다.
변영선 시 재개발사업과장은 "사업이 되는 곳은 서두르고, 부진한 곳은 감정평가 금액 등을 검증해 주민이 동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 노력하고 있으나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경진·신선미기자 lk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