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낮은 신고제 기사채용
처벌이력 운전자 사고속출
법규위반 작년比 '5.7배'↑
보육교사 수준 기준강화를
안산에서 A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 B씨는 50대 남편 C씨에게 통학차량의 운전대를 맡겼다. 그런데 C씨는 상습적인 음주운전을 일삼다 '삼진아웃'된 상태였다. 자격 미달의 C씨는 결국 지난달 등원하는 아동 5명을 태운 상태에서 신호위반 등 난폭운전을 하다 순찰 중인 경찰에 붙잡혔다.
앞서 지난해 인천 연수구에서는 유치원 버스 운전기사가 아이들을 태운 채 과속으로 운전하다 화물차와 추돌했으며, 2015년에는 수원의 한 어린이집 통학차량이 신호를 위반한 채 좌회전을 하다 마주 오던 차량과 충돌해 원생 3명이 다쳤다.
4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통학차량의 법규위반 적발은 1만3천256건으로,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 발생한 2천329건보다 무려 5.7배나 급증했다. 2014년 617건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 벌어져 무엇보다 안전을 우선해야 할 통학차량의 법규위반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 2013년 세림이 사건 이후 제정된 일명 '세림이법'을 통해 동승자 탑승·안전벨트 착용 등을 의무화하는 등 통학차량 운영에 관한 법규를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운행을 사실상 책임지는 운전기사의 자격이나 요건에 대해서는 면허 소지 및 안전교육을 이수(2년마다 3시간)하면 허가하는 낮은 기준의 신고제만 적용하고 있다. 음주운전 및 난폭운전의 이력 등이 있는 운전기사들이라 할지라도 통학차량 운행에 제약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통학차량의 운전기사를 교체하더라도 신고 의무가 없다. 안산의 어린이집과 같이 자격요건 미달의 운전기사를 고용 또는 교체해도 안전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기간인 최대 2년 동안 쉬쉬할 경우 적발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실제 경기도에 신고된 통학버스 2만3천647대(지난해 8월 기준) 대비 안전교육 이수자가 1만7천501명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6천명이 넘는 운전기사가 자격 미달로 통학차량을 운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세림이법'이 제정됐지만 갈수록 심각해지는 운전자 문제가 유독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운전기사를 고용 또는 교체 시 안전교육 이수를 비롯해 사고 및 교통법규 준수에 대한 이력을 관할기관에 의무 제출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단순히 차량을 운전하는 일을 넘어 사실상 통학 지도교사로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보육교사 상당의 자격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동 범죄를 막기 위해 보육교사는 관할기관에 성범죄 이력 등을 제출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의 한 관계자는 "북미에서는 통학차량 운전기사들이 작은 법규를 위반하더라도 운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벌점제를 시행 중"이라며 "자격기준을 강화해 법규 준수를 유도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재·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