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일본 도시바(東芝)의 반도체 부문 매각 2차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도시바로부터 2차 입찰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를 위한 실사 작업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도시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 등을 평가한 뒤 입찰액을 정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1차 입찰 때 SK하이닉스가 제시했던 2조엔(약 21조원)보다 더 많은 액수를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차 입찰 이후 "지금 진행되는 도시바 입찰은 바인딩(binding, 법적 구속력이 있는) 입찰이 아니라 금액에 큰 의미가 없다"며 "바인딩이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SK하이닉스의 입찰액이 적어 인수전에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다시 말해 본입찰인 2차 입찰 때는 제대로 된 가격을 써내겠다는 취지로 풀이됐다.

2차 입찰에는 또 대만의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과 미국의 브로드컴 등 그동안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 다른 업체들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도시바와 합작관계를 유지해오던 웨스턴 디지털(WD)은 2차 입찰에서는 제외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WD는 도시바 메모리 매각에 대한 독점교섭권을 갖고 있다며 매각 절차 중단을 국제중재재판소(ICA)에 요청했다. 이로 인해 관계가 틀어진 상황이다.

ICC의 중재 절차 역시 1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국제중재재판소에서 시작될 예정이어서 도시바의 2차 입찰이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가 19일 중에라도 2차 입찰의 마감 시한을 연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도시바로서는 내년 3월까지 매각을 매듭짓고 그 자금으로 채무를 해소해야 하는 절박한 사정이 있다.

도시바의 '알짜 사업'으로 평가되는 반도체 부문이 매물로 나온 것 자체가 이 때문이다.

다만 일정대로 매각 절차를 진행돼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ICC의 중재 결과, WD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매각은 원천무효화될 수 있다.

문제는 ICC 중재가 기존 계약의 문구 해석 문제 등으로 6개월 이상, 1년까지 소요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과거 사례 중에는 최대 4년이 소요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도시바로서는 일단 매각 절차를 진행하면서 WD의 중재 신청에도 적극 대응해 매각에 영향이 없도록 한다는 '투 트랙'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한편 일본의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가 미국 투자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일본정책투자은행 등과 함께 꾸리려던 이른바 '미일연합'은 참여 제의를 받은 일본의 여러 대기업이 고사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미일연합 구성에는 일본 정부의 의중도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일연합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지목되기도 했다.

미일연합은 최근까지도 구성 작업이 원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입찰에 참여할지는 불투명하지만 만약 참여한다면 가장 강력한 인수 후보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