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정국 분위기에 한동안 잠잠했던 지방자치단체들의 대형 국책사업 유치 경쟁이 대선 이후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각 지자체가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대규모 국비 사업 유치 의사를 속속 밝히고 나선 가운데 상당수 사업은 유치 희망 지역이 많아 과열 경쟁에 따른 후유증이 우려된다.
대부분 지자체가 나름의 논리를 내세워 시급한 현안이나 지역 숙원 사업임을 호소하는가 하면 대통령 공약과 연결짓지만 막대한 소요 예산, 사업의 적정성 때문에 추진 과정에서 적지 않은 잡음이 우려된다.
유치 경쟁이 가장 치열한 사업은 국립철도박물관 건립이다.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는 경쟁 과열을 이유로 입지 선정에서 공모 방식을 배제하겠다고 발표했다. 합리적 방안을 연내에 마련한 뒤 최종 입지를 선정하기로 했지만 뚜렷한 후속 조처가 없는 상황에서 유치 열기는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철도박물관이 1천억원대 대규모 프로젝트여서 건립 공사만으로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데다 체험·관광 자원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조만간 연구용역 업체 선정 등 본격적인 입지 선정 작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자 지자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국토부 수요 조사 결과, 철도박물관 유치를 희망하는 후보지는 애초 11곳에 달했다.
부산·대전·울산·세종·경기(의왕)·강원(원주)·충북(청주)·전북(군산)·전남(나주)·경북(포항)·경남(창원) 등이 유치를 희망했다. 이 가운데 포항만 의사를 접었을 뿐 나머지 지자체는 여전히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부산은 유라시아 대륙철도 구간인 경부선과 동해남부선, 부전∼마산 복선전철 등의 종착지여서 박물관 입지로 최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국토부 설득에 나섰다.
코레일 철도박물관이 있는 의왕시는 지역 국회의원 등을 통해 유치를 위한 물밑 작업을 벌이는 한편 기존 박물관을 리모델링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대전은 최소 400억원에 달하는 부지 매입비를 제공하고 박물관 인력도 일부 지원하는 파격적인 내용의 제안서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청주시를 비롯한 나머지 도시들은 일단 입지 선정 용역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지만 일전불사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원자력 분야 최대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원자력 해체기술 종합연구센터(원전해체센터) 유치전도 뜨겁다.
원전해체센터는 지자체 간 경쟁 과열로 입지 선정 작업이 몇 년째 중단된 상태다.
2014년 8개 광역자치단체가 유치 의향서를 정부에 제출했으며, 경북과 부산, 울산 등이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북은 국내 원전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최적의 원전해체센터 입지라는 입장이다.
국내 원전 25기 가운데 12기를 보유하고 있고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도 가동 중이다. 또 울진에 원전 2기가 건설 중이고 2기를 추가로 계획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영덕에도 천지원전 2기를 지을 예정이다.
부산은 국내 최대 원전 도시임을 내세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고리원전 해체센터 설립을 여러 차례 건의했고 올해 들어서도 센터 설립 추진을 위한 실무협의를 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명 연장과 고령화에 따라 치과 분야가 유망 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국립 치의학산업연구원 유치전도 치열하다.
2011년부터 치의학연구원 유치에 팔을 걷어붙인 대구는 치과 분야 기업이 40여개가 있고 치과기공소도 300여개에 달하는 등 수도권 이외 지역에선 단연 선두주자라는 점을 강조한다.
경남은 새 정부 공약에 포함된 동남권 의생명특화단지와 연계해 양방 항노화산업 인프라를 조성 중인 김해나 양산에 치의학연구원을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경남은 이달 중에 동부경남권 치의학연구원 설립을 정부에 공식 건의할 계획이다.
부산은 임플란트와 치과기공물 종사자가 1천751명으로, 전국 종사자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점을 부각하며 치의학연구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오는 7월 치의학연구원 유치 전략 수립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국회 공청회와 세미나 등을 통해 당위성을 설파할 계획이다.
수도권에서는 전문예술인을 양성하는 국립대인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유치 경쟁도 치열하다.
인천시는 지난 2월 각계 전문가로 한예종 유치 추진위원회를 구성, 유치전에 가세했다. 서울 노원구, 송파구, 중랑구와 경기도 과천시, 고양시에 이어 여섯 번째다.
인천시는 서구 아시아드주경기장 남측광장 일대를 학교에 무상임대하겠다는 통 큰 제안을 내놨다.
대형 국책사업마다 희망 지자체가 몰려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면서 대립과 갈등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은 '재정의 지방자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앙정부가 재원을 움켜쥔 상황에서 지자체들은 각종 공모 사업을 통해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확보하려고 덤벼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심지어 지역에 필요 없는 사업까지 유치에 나서는 경우가 많고, 지자체장이나 지역 정치인의 생색내기 경쟁이 더해지면서 '공모 전쟁'으로 번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대규모 공공투자 사업 유치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재훈 연구위원은 "무책임하고 지나친 유치 경쟁을 줄이려면 사업비의 지자체 분담비율을 높이고 상세한 재원 조달 계획을 세우도록 해야 한다"며 "지자체장과 지역 국회의원들의 지방재정에 대한 책임성도 강화해 정치적 이해관계를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훈전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합리적 기준에 따라 입지 선정에 관한 의사결정이 투명하게 이뤄지고 관련 절차가 낱낱이 공개돼야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각 지자체가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대규모 국비 사업 유치 의사를 속속 밝히고 나선 가운데 상당수 사업은 유치 희망 지역이 많아 과열 경쟁에 따른 후유증이 우려된다.
대부분 지자체가 나름의 논리를 내세워 시급한 현안이나 지역 숙원 사업임을 호소하는가 하면 대통령 공약과 연결짓지만 막대한 소요 예산, 사업의 적정성 때문에 추진 과정에서 적지 않은 잡음이 우려된다.
유치 경쟁이 가장 치열한 사업은 국립철도박물관 건립이다.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는 경쟁 과열을 이유로 입지 선정에서 공모 방식을 배제하겠다고 발표했다. 합리적 방안을 연내에 마련한 뒤 최종 입지를 선정하기로 했지만 뚜렷한 후속 조처가 없는 상황에서 유치 열기는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철도박물관이 1천억원대 대규모 프로젝트여서 건립 공사만으로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데다 체험·관광 자원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조만간 연구용역 업체 선정 등 본격적인 입지 선정 작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자 지자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국토부 수요 조사 결과, 철도박물관 유치를 희망하는 후보지는 애초 11곳에 달했다.
부산·대전·울산·세종·경기(의왕)·강원(원주)·충북(청주)·전북(군산)·전남(나주)·경북(포항)·경남(창원) 등이 유치를 희망했다. 이 가운데 포항만 의사를 접었을 뿐 나머지 지자체는 여전히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부산은 유라시아 대륙철도 구간인 경부선과 동해남부선, 부전∼마산 복선전철 등의 종착지여서 박물관 입지로 최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국토부 설득에 나섰다.
코레일 철도박물관이 있는 의왕시는 지역 국회의원 등을 통해 유치를 위한 물밑 작업을 벌이는 한편 기존 박물관을 리모델링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대전은 최소 400억원에 달하는 부지 매입비를 제공하고 박물관 인력도 일부 지원하는 파격적인 내용의 제안서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청주시를 비롯한 나머지 도시들은 일단 입지 선정 용역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지만 일전불사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원자력 분야 최대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원자력 해체기술 종합연구센터(원전해체센터) 유치전도 뜨겁다.
원전해체센터는 지자체 간 경쟁 과열로 입지 선정 작업이 몇 년째 중단된 상태다.
2014년 8개 광역자치단체가 유치 의향서를 정부에 제출했으며, 경북과 부산, 울산 등이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북은 국내 원전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최적의 원전해체센터 입지라는 입장이다.
국내 원전 25기 가운데 12기를 보유하고 있고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도 가동 중이다. 또 울진에 원전 2기가 건설 중이고 2기를 추가로 계획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영덕에도 천지원전 2기를 지을 예정이다.
부산은 국내 최대 원전 도시임을 내세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고리원전 해체센터 설립을 여러 차례 건의했고 올해 들어서도 센터 설립 추진을 위한 실무협의를 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명 연장과 고령화에 따라 치과 분야가 유망 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국립 치의학산업연구원 유치전도 치열하다.
2011년부터 치의학연구원 유치에 팔을 걷어붙인 대구는 치과 분야 기업이 40여개가 있고 치과기공소도 300여개에 달하는 등 수도권 이외 지역에선 단연 선두주자라는 점을 강조한다.
경남은 새 정부 공약에 포함된 동남권 의생명특화단지와 연계해 양방 항노화산업 인프라를 조성 중인 김해나 양산에 치의학연구원을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경남은 이달 중에 동부경남권 치의학연구원 설립을 정부에 공식 건의할 계획이다.
부산은 임플란트와 치과기공물 종사자가 1천751명으로, 전국 종사자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점을 부각하며 치의학연구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오는 7월 치의학연구원 유치 전략 수립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국회 공청회와 세미나 등을 통해 당위성을 설파할 계획이다.
수도권에서는 전문예술인을 양성하는 국립대인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유치 경쟁도 치열하다.
인천시는 지난 2월 각계 전문가로 한예종 유치 추진위원회를 구성, 유치전에 가세했다. 서울 노원구, 송파구, 중랑구와 경기도 과천시, 고양시에 이어 여섯 번째다.
인천시는 서구 아시아드주경기장 남측광장 일대를 학교에 무상임대하겠다는 통 큰 제안을 내놨다.
대형 국책사업마다 희망 지자체가 몰려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면서 대립과 갈등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은 '재정의 지방자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앙정부가 재원을 움켜쥔 상황에서 지자체들은 각종 공모 사업을 통해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확보하려고 덤벼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심지어 지역에 필요 없는 사업까지 유치에 나서는 경우가 많고, 지자체장이나 지역 정치인의 생색내기 경쟁이 더해지면서 '공모 전쟁'으로 번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대규모 공공투자 사업 유치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재훈 연구위원은 "무책임하고 지나친 유치 경쟁을 줄이려면 사업비의 지자체 분담비율을 높이고 상세한 재원 조달 계획을 세우도록 해야 한다"며 "지자체장과 지역 국회의원들의 지방재정에 대한 책임성도 강화해 정치적 이해관계를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훈전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합리적 기준에 따라 입지 선정에 관한 의사결정이 투명하게 이뤄지고 관련 절차가 낱낱이 공개돼야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