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케네디, 시진핑과 흐루시초프 달라
북한, 문제해결의 까다로운 주체로 몸집 불려
'한반도 위기' 文대통령 초인적 외교역량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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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편집국 국차장(총괄부국장)
북핵 관리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치가 예사롭지 않다. 미국은 국제사회가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대북제재로 북한의 핵 보유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외교적 립서비스로는 이에 동조하면서도 실제로는 북한 핵을 현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태도다. 사드(THAAD)는 북핵 문제로 충돌하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적 대립을 상징한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 본토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기 전에 중국이 북한을 관리해주기를 원한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탄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중이다. 미국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선택한 것이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의 한반도 전개였다. 중국은 이를 전혀 다르게 해석한다. 요지는 사드가 북한용이 아니라 중국용이라는 것이다. 사드체계의 핵심인 강력한 레이더가 중국 감시용으로, 미국의 동북아패권 주도 의지가 담겨있다고 반발한다.

북핵과 사드를 둘러싼 미·중의 대립은 미·소간의 1962년 쿠바위기를 연상시킨다. 1962년 당시 소련은 미국의 턱 밑인 쿠바에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했다. 단초는 1년 전 미국이 쿠바의 카스트로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쿠바 난민을 앞세워 무장 쿠데타를 시도했다 실패한 피그스만 사건이었다. 소련은 사회주의 동맹국 쿠바를 방어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전격적으로 미국의 앞마당에 핵미사일을 꽂았다. 미국 대통령 케네디는 절체절명의 정치적 위기에 빠졌고, 케네디의 위기는 세계의 위기였다. 미국내 강경파의 주장대로 쿠바를 폭격한다면 그것은 곧바로 인류의 멸절을 부를 핵전쟁을 초래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쿠바의 소련 미사일 기지를 용납한다면 미국의 리더십은 나락에 떨어지고 미국의 안전이 결딴날 판이었다.

결국 핵전쟁으로 인한 공멸의 공포가 미국의 케네디와 소련의 흐루시초프를 협상의 장으로 이끌었다. 미국은 쿠바 불침공과 소련의 앞마당인 터키에 배치한 핵미사일 철수를 약속했고, 소련은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수시켰다. 케네디는 쿠바위기를 종결하자마자 소련에 핵실험 금지 조약을 제안했다. 쿠바위기가 세계를 '운명의 날'에 직면하게 했던 악몽을 함께한 케네디의 제안에 흐루시초프가 호응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하핵실험을 제외한 모든 핵실험을 금지하는 '부분적 핵실험 금지조약'이 그해 체결됐다. 조약 발효 직후 케네디는 암살됐지만, 1963년 한해의 여정으로 케네디는 역사적 인물로 기록됐다.

쿠바위기와 한반도위기는 양극패권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미·소의 충돌이 미·중의 경쟁으로 바뀌었고, 분쟁의 진원이 쿠바에서 한반도로 옮겨졌다. 하지만 현재의 한반도위기는 쿠바위기에 비해 위기의 다층적 양태와 당사국의 다자화로 인해 한층 심각하고 복잡하다. 미국은 미 본토를 겨냥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실질적인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다. 경제봉쇄는 물론 북핵기지 정밀타격을 거론한다. 중국은 미국의 사드전개를 군사적 위협으로 간주해, 한국을 겨냥한 경제보복을 단행했다. 중국 관영매체는 사드 정밀타격 가능성도 언급했다. 또 미국의 트럼프는 케네디와 중국의 시진핑은 흐루시초프와 다르다. 북한은 관리 가능한 종속변수가 아니라 문제해결의 까다로운 주체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대한민국은 미·중 패권의 한복판에서 북한의 핵위협을 마주하는 형국에 서 있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북한, 이들 중 누가 방아쇠를 당기든, 끔찍한 재앙은 모두 우리의 몫이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현안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한반도위기의 관리와 해소이다. 현재의 한반도위기는 문 대통령에게 초인적인 외교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이 케네디와 같이 위기를 종결하고 한반도 데탕트를 실현하는 외교적 반전을 이루어내길 바라고 또 원한다. 그래서인가.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냉대받는 외교현실이, 국방부를 기강문란 조직으로 낙인찍는 현실이 영 불편하다.

/윤인수 편집국 국차장(총괄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