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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30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30년 전 군사독재에 맞서 시민들이 민주화를 부르짖은 6·10 민주항쟁을 기념하는 행사가 10일 서울에서 개최됐다.

행정자치부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이날 오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기억과 다짐'을 주제로 '6·10 항쟁 30주년 기념식'을 거행했다.

서울광장은 1987년 6월 당시 연세대생 이한열 열사가 경찰 최루탄에 맞아 숨진 뒤 그해 7월9일 1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 그의 영결식을 치른 장소다.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여야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정·관계 인사를 비롯해 민주화운동 단체 회원과 여성·노동단체 활동가, 일반 시민 등 5천여명이 참석했다.

올해 행사는 정부와 시민사회가 처음으로 함께 개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시민사회는 정부가 2007년부터 개최한 6월항쟁 공식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별도로 행사를 열었으나 올해에는 공동 개최했다.

작년 10월부터 올 3월까지 계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가 6월항쟁에 뿌리를 뒀다는 의미도 올해 행사에서 중요하게 부각됐다.

행사의 문을 연 개막 영상에는 1987년 1월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부터 6·29 선언에 이르는 6월항쟁의 과정과 더불어 6월항쟁 정신이 촛불집회로 이어졌다는 내용이 '우리는 지금도 더 나은 민주주의를 꿈꾼다'는 문구와 함께 담겼다.

문재인 대통령도 기념사에서 "문재인 정부는 6월항쟁 정신 위에 서 있다"며 "촛불은 한 세대에 걸쳐 성장한 6월항쟁이 당당하게 피운 꽃이자 미완의 6월항쟁을 완성하라는 국민의 명령이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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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앞줄 오른쪽 세번째)이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10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30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손잡고 '광야에서'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의 6월항쟁 기념식 참석은 2007년 노무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6월항쟁 당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국본) 상임대표였던 지선 스님(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촛불혁명은 우리 국민이 수없이 경험한 역사적 사건과 항쟁의 결과물로 세계인이 높이 평가한 시민혁명"이라며 "촛불혁명을 통해 국민 스스로 세상의 주인인 시민으로 눈부시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87세대와 촛불세대의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30년 전 6월항쟁 참가자들과 그 자녀 세대가 함께 무대에 서는 시간도 마련됐다.

행사에는 박종철 열사 친형 박종부씨,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여사를 비롯해 함세웅 신부, 이해학 목사, 한승헌 변호사,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등 민주화운동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했다.

이날 박종부씨는 문 대통령 왼쪽에, 배은심 여사는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오른쪽에 각각 앉아 행사를 지켜봤다.

또 그간 별로 주목받지 못한 황보영국, 이태춘 등 다른 민주열사들도 이날 영상에서 언급되는 등 재조명될 기회를 얻었고, 이들의 유족도 대통령 부부와 함께 행사장 맨 앞자리에 앉았다.

노동자였던 황보영국 열사는 1987년 5월 17일 부산상고(현 개성고) 앞에서 '독재타도' 등을 외치며 분신해 일주일 뒤 유명을 달리했고, 이태춘 열사는 그해 6월 18일 부산에서 열린 '최루탄 추방의 날' 집회에 참가했다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고가도로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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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30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해 사진작가 킴뉴튼 씨로 부터 당시 촬영한 이한열 열사의 사진을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애국가 제창에는 최루탄에 맞아 쓰러진 이한열 열사를 부축한 이종창씨를 비롯해 박종철·이한열 열사 친구들이 무대에서 선창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행사는 테너 김세일의 선창으로 참가자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맞잡고 민중가요 '광야에서'를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야외 행사임에도 문 대통령의 '낮은 경호' 방침이 반영된 결과인지 행사장 주변 경호는 삼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행사장 주변을 경찰 인력이 폴리스라인으로 둘러싼 것 이외에 경찰 버스는 눈에 띄지 않았다. 행사장 출입이 차단된 줄 알던 일부 시민들에게 경찰이 "소지품 검사를 받으면 들어올 수 있다"고 안내하는 모습도 보였다.

경찰은 이날 서울광장 주변에 안전관리와 질서유지를 위해 병력을 배치했으나, 인원은 행사 참가자보다 훨씬 적은 9개 중대 약 720명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