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정부의 공공일자리 확대 정책의 하나로 올해 하반기 공무원 1만2천명을 추가 선발하기로 하면서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수원의 한 행정고시학원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강생들이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하반기 공공 1만2천명 충원
일자리 확충 '가뭄의 단비'
젊은 구직자 39% 시험준비

여고생도 고시학원에 등록
중소기업은 인력이탈 걱정
청년수당 사교육시장 유입 우려


올 하반기에 공무원 1만2천명이 충원된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81만개 늘려 120만명에 달하는 청년실업자를 줄이겠다는, 문재인 정부 핵심 공약의 일환이다.

취업에 드는 각종 비용 부담을 지원하는 '청년수당'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구직촉진지원금'외에 이미 성남시 '청년배당', 경기도의 '청년구직지원금' 등 일부 지자체에서도 청년 구직자의 부담을 줄여주려는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청년정책으로 청년실업 해소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공시족'만 양산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너도나도'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면서 중소기업들은 '구인난'에 이어 기존 인력의 이탈도 걱정하고 있다.

청년수당이 양질의 구직활동에 쓰이기보다는 사교육 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의 청년정책이 공시족을 마구 키워내는 것은 아닌지, 청년실업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일자리 창출 방안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수원시 장안구에 사는 A(16)양은 지난 9일 수원역에 위치한 경찰고시학원에 등록했다. 아직 주민등록증도 발급되지 않은 나이지만, '경찰공무원'이라는 꿈이 확고한 만큼 굳이 준비를 늦출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A양은 "경찰이 되고 싶은데, 마침 부모님도 미리 준비해 보라고 해서 왔다"며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안되는 세상이니 공무원시험에 합격하는 게 좋은 대학을 가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양과 함께 학원을 방문한 아버지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무원을 많이 뽑겠다고 했는데, 적어도 임기 5년간은 이 같은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딸이 지금부터 준비하면 5년 안에는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권유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공공일자리 확대 정책에 '공시족'이 들썩이고 있다. 취업준비생, 직장인, 자영업자는 물론이고 대학 진학이 우선으로 여겨지던 고등학생까지도 공시족 대열에 합류하는 분위기다.

11일 '수원의 노량진'으로 불리는 수원역 일대 고시학원들은 벌써부터 수강생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경찰고시학원 관계자는 "대선 이후 경찰 추가 선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수강생도 늘었다"며 "다음 달부터는 주말반도 개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근 9급 공무원 고시학원 관계자도 "수강생은 20살부터 40대 중반까지 다양한데, 최근 들어 고등학생의 문의도 40% 가량 늘었다"며 "시험 과목 중에 국어, 영어, 한국사 등은 어차피 학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 때문인지 고3 수험생도 3명이나 수강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청년구직자 10명 중 4명은 '공시족'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해 65만2천명에 달하는 취준생 가운데 39.3%가 일반직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도 4.4%p 늘었다. 올해 치른 9급 공무원(국가직) 시험 접수자도 역대급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4천910명을 선발하는데 22만8천368명이 접수해 46.5:1의 경쟁률을 보였다. 당장 공무원 일자리가 대거 늘어난다고 해도, 공시에 뛰어드는 응시자도 그만큼 늘기 때문에 결국은 1.8%에 머무는 공시 합격률을 높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의 '청년수당'이 공시 준비를 더욱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구직을 위해 지출하는 것이 원칙인데, 여기에는 교재 구입과 학원 수강료 등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직업훈련을 마치고 구직 중인 취준생에게 월 30만원씩 3개월간 '청년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당장 하반기에 11만6천명이 지원받을 전망이다.

경기도도 5천명의 취준생에게 6개월간 월 50만원씩 최대 300만원의 '청년구직지원금'을 지원키로 했고, 성남시는 지난해부터 관내 만 24세 청년에게 분기당 25만원어치의 성남사랑 상품권을 지급해왔다.

하지만 저소득층 청년들의 구직 부담을 줄여준다는 장점에도 불구, 공시족이 늘어날수록 공적 자금이 사교육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김형수 단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 정책은 취업 시장의 '가뭄의 단비'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있지만, 청년들을 공시족으로 만드는 현재의 시스템이 장기화될 경우 결국 사교육 시장만을 배불리는 정책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선미기자 ssunm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