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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13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조 체제의 공정거래위원회가 14일 본격 출범하면서 '경제검찰' 공정위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우선 김 위원장이 이른바 4대 재벌에 대한 개혁 의지를 수차례 피력한 만큼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을 상대로 한 제재가 눈에 띄게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취임 직후 골목상권 문제 해결에 진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가맹대리점이나 하도급거래에 대한 관리 감독도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민운동가로서의 전력에 대한 외부의 우려,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경기 상황 등을 고려해 일방적인 규제보다는 소통과 설득 노력을 병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전속고발권 폐지 공약은 전면 폐지보다는 의무고발요청기관 확대, 사인의 금지청구권 도입 등 전속고발권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모습이다

◇ '대기업 저승사자' 조사국 부활…규제 강화 불 보듯

'김상조호 공정위'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정책은 바로 과거 대기업을 전담해 조사한 조사국의 부활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신설된 공정위 조사국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지만 대기업들의 반발로 2005년 폐지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내정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부활하는 조사국의 명칭을 '기업집단국'으로 공식화하고 앞으로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 조사와 경제 분석을 총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기업집단국 신설과 함께 공정위 조사 인력도 증원할 수 있도록 행정자치부 등과 직제개편안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이른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족쇄도 더욱 단단해진다.

일감 몰아주기란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 다른 계열사가 납품 물량을 일방적으로 몰아줘 결국 총수 가족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불공정행위를 말한다.

김 위원장은 이달 초 국회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과징금 등 금전적 제재를 강화한 것이 필요하다"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인 상장사의 총수 일가 지분율 요건에 대해서는 기존 30%에서 20%로 낮춰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기준이 확대되면 현대글로비스, 이노션 등 총수 일가 지분을 30% 턱밑까지 채워 제재를 받지 않는 상장사들도 공정위의 규제 '사선'에 오르게 된다.

현재 일감 몰아주기 제재는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만 대상이지만 앞으로는 중견기업들도 규제 범위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도 지난 2일 국회 청문회에서 "자산 5조원 이하 중견기업도 사익편취 문제가 있다"며 일감 몰아주기가 오너기업 전반에 걸친 문제라는 점에 공감했다.

김 위원장이 대기업에 대한 규제 일변도 정책만을 고집하기보다는 서로 소통하고 설득하면서 학자로서의 유연성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실제 김 위원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재벌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 대신 직접 재벌 총수를 만날 수 있다는 뜻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대기업과 거래하는 하도급업체나 납품업체들이 가까스로 생존만 가능한 수준의 영업이익을 강요받는 현실은 일방적인 제재만으로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이 공정위 안팎의 지적이다.

산업 전반이 이에 대한 문제 인식을 공유하고 상생을 위한 대타협을 이뤄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기업에 대한 조사 권한을 갖고 있는 공정위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보복금지 규정 신설…'골목상권' 보호에 방점

김 위원장이 강조한 공정위의 또 다른 책무 중 하나는 바로 골목상권 등 경제적 약자에 대한 보호 정책이다.

최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고 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퇴직자도 늘면서 가맹사업자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의 가맹사업정보 통계를 보면 2012년 이후 매년 평균 7천여 개씩 늘던 가맹점 수는 2015년이전 증가 폭의 2배에 가까운 1만3천900여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도 1만여 개 가까이 증가했다.

가맹점이 이처럼 빠르게 늘고 있지만 거래 구조가 후진적인 탓에 많은 가맹점이 가맹본부의 '갑질'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가맹본부를 통해서만 식자재를 납품받고 이를 근거로 로열티를 산정하는 거래 구조는 가맹본부의 식자재 가격 뻥튀기 조작 등 폐단을 낳고 있지만 가맹점들은 불이익을 우려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8일 내정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식 취임하면 초반에는 가맹·대리점 거래 문제 해결에 집중할 것"이라며 가맹거래 문제 해결을 위해 공정위의 행정력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가맹사업법에 가맹점에 대한 보복 금지 규정도 신설되고 광역지방자치단체와 협업으로 로열티 산정의 근거가 되는 구매 필수물품 실태조사도 벌이기로 했다.

가맹점사업자 단체를 쉽게 설립할 수 있도록 신고제를 도입하는 안도 추진한다.

대리점들의 단체구성권을 보장함으로써 가맹본부에 대한 사업자들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대기업에 대한 중소기업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담합 예외를 인정한 공정거래법의 조건을 완화하는 안도 검토 중이다.

◇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에 신중…공약 후퇴 논란

문재인 대통령의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공약은 기존 의무고발요청제도와 마찬가지로 기존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개선안이 도출될 가능성이 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한해 공정위가 고발해야 검찰이 기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공정위가 대기업에 대한 고발권 행사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왔지만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고발이 남용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 "형사·민사·행정 규율을 종합적으로 해야 한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사인의 금지청구권은 피해자에 회복 불가의 피해 우려가 있을 때 가처분 형태로 이를 막는 것으로, 피해자 구제에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본다"라며 전속고발권을 보완하는 수단 중 하나로 사인의 금지청구권 도입을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이 대형로펌에 포진해있는 전직 공정위 공무원의 '전관예우' 문제에 대해서도 개선책을 내놓기로 한 점도 눈길을 끈다.

현재 김앤장·광장·태평양·세종·화우 등 5대 대형로펌의 공정거래팀에는 52명의 전직 공정위 공무원들이 고문·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 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등록된 사람만 접촉할 수 있고 사후보고하도록 하는 미국의 로비스트법 등을 공정위 업무 수행에 맞도록 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며 "공정위 내부 규정만으로 내부 기강을 잡는 것은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철저히 재점검해서 신뢰 회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답변은 정재찬 전 위원장이 지난해 국회에서 답변한 "(공정위 공무원들의 로펌행이)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전문성을 살려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쁘다고만 할 수도 없다"라는 입장보다 상당 부분 진일보한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