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올 하반기부터 공공부문에서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을 유도하겠다면서 민간에도 권고 의사를 밝힌 가운데 '노(No) 스펙(spec)'을 선언한 기업들의 이색채용이 눈길을 끌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취업포털 사람인은 지난 19일부터 올해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시작하면서 경력과 학력, 언어능력점수 등을 전혀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방식을 도입했다.

이름, 연락처 등 기본적인 인적사항과 자기소개서만으로 1차 심사를 한 뒤에는 그룹 단위의 오디션을 통해 직무 역량을 평가한다.

샘표는 올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에서 성별, 나이, 출신학교, 학점, 어학 점수, 전공 등에 차별을 두지 않는 '열린 채용'을 실시하면서 최종 단계에서 '젓가락 면접'을 진행했다.

한국 식문화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계승하려는 기업철학을 반영했다는 젓가락 면접은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는 모습을 관찰해 올바르게 사용하는지, 음식에 대한 태도는 어떤지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제주항공은 상반기 신입·경력 채용에서 1차 서류심사 전형 없이 지원자들에게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 영상을 제출하도록 해서 이를 평가한 뒤 2차 임원 면접만으로 선발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올여름 G마켓, 옥션, G9 등에서 근무할 인턴사원을 채용하면서 서류전형에서 출신학교 등의 '스펙 정보'를 가린 채 심사했다.

이처럼 업계에서 블라인드 채용 방식이 확산하는 데 대해 취업준비생들도 긍정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인이 최근 회원 구직자 336명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77.4%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선입견을 배제할 수 있어서'(58.1%·이하 복수응답), '실무에 필요한 역량에 집중할 수 있어서'(53.1%), '학벌 등 불필요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46.5%) 등으로 조사됐다.

사람인 문경철 팀장은 "구직자는 스펙보다 역량에 집중하고, 기업은 직무에 최적화된 인재를 찾는 채용 방식을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기업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