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오전 출근하던 이한동총리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의 유임이 6일 오후 확정됨에 따라 김대중(金大
中) 대통령의 인사 개편안이 당초 구상과는 확 달라지게 됐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전격적으로 '도리''와 '당보다는 국가와 국민이 우
선''이라는 소신을 밝히면서 총리직을 계속 맡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김 대
통령도 즉각 이 총리의 사표를 반려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이 총리의
퇴진은 불변으로 여겨졌으나 김 대통령은 포기하지 않고 설득을 계속했고,
결국 이같은 집요함이 이 총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박준영(朴晙瑩)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이 총리의 거취에
대해 “끝까지 지켜보자”고 여운을 남겨 이 총리에 대한 김 대통령의 강
한 미련을 암시했다.
김 대통령이 이처럼 집요하게 이 총리를 붙잡은데는 무엇보다도 여소야대
상황에서 총리 인준에 압박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언론 하마평에는 그동안 무려 7~8명의 인사가 거론됐으나 민주당내에서 조
차 '그 사람이 그 사람''일 정도로 식상한 인물이 대부분이라는 문제점이 제
기됐었다. 인준 과정을 무사히 통과할 적임자를 찾기 위해 김 대통령이 고
심에 고심을 거듭했으나 마땅한 인사를 찾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자민련과의 공조복원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
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가능성이 희박하기는 하지만 자민련 몫의 일부
장관이 유임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반면 자민련과 김종필(金鍾泌·JP) 명예총재 죽이기의 서막이라는 해석도 있
다. 공조를 파기한데 대한 김 대통령의 치밀한 복수극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김 대통령은 이 총리 유임에 따른 자민련과 JP의 거센 반발을 상당
히 우려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락가락하던 이 총리 거취가 유임으로 가닥을 잡음에 따라 이번 정·당·청
인사가 김 대통령의 당초 구상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바뀔 전망이다.
우선 조각 수준에서 7~8자리의 중폭 수준으로 예상됐던 내각 개편은 개편폭
이 조금 더 줄어 5~7자리에 그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경우 일부로
예상됐던 경제팀은 전원 유임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