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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일본롯데홀딩스 이사직 배제를 논의하는 주주총회가 열리는 도쿄 신주쿠의 일본 롯데그룹 본사 건물의 롯데그룹 명판. /도쿄=연합뉴스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95) 총괄회장이 창업 70년 만에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신격호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롯데알미늄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임기가 만료되는 오는 8월 물러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24일 오전 도쿄 신주쿠 하쓰다이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이번에 임기가 만료된 신 총괄회장을 새 이사진에서 배제한 인사안을 의결했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과 사외이사 2명을 포함한 8명이 재선임 됐으며 신 총괄회장은 이사 임기 만료에 따라 이사직을 퇴임하고 명예회장에 취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 총괄회장은 1948년 도쿄에서 롯데홀딩스의 전신인 ㈜롯데를 창업한 지 약 70년 만에 사실상 롯데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롯데 일본 계열사의 지주회사일 뿐 아니라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19%를 보유한 롯데그룹 지배 구조의 핵심이다.

그가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물러난 것은 '신격호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롯데제과,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 이사직에서 줄줄이 물러났다.

재일교포 사업가인 신 총괄회장은 1948년 도쿄에서 껌 회사인 ㈜롯데를 창업하면서 '롯데 신화'의 막을 올렸다. 

껌 장사로 시작해 히트를 친 신 총괄회장의 롯데는 초콜릿(1963년)·캔디(1969년)·아이스크림(1972년)·비스킷(1976년) 등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일본 굴지의 종합 제과기업으로 입지를 굳혔다. 

창립 40년도 채 되지 않아 1980년대 중반 이미 롯데는 일본에서 롯데상사, 롯데부동산, 롯데전자공업, 프로야구단 롯데오리온즈(현 롯데마린스), 롯데리아 등을 거느린 재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일본에서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신 총괄회장은 고국으로 눈을 돌렸다. 1959년부터 한국에서 롯데와 롯데화학공업사를 세워 껌· 캔디·비스킷·빵 등을 생산했고,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인 1967년 4월 자본금 3천만원으로 롯데제과를 설립했다. 

롯데제과는 당시 국내 처음으로 멕시코 천연 치클을 사용한 고품질 껌을 선보여 대히트를 쳤고, 이후 왔다껌, 쥬시후레쉬, 스피아민트, 후레쉬민트 등이 '대박' 행진을 거듭했다. 1974년과 1977년 칠성한미음료, 삼강산업을 각각 인수해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삼강으로 사명을 바꾸면서 국내 최대 식품기업의 면모를 갖췄다. 

1973년에는 지하 3층, 지상 38층, 1천여 객실 규모의 소공동 롯데호텔을 선보이면서 관광업에 진출했고, 1979년에는 소공동 롯데백화점을 개장하면서 유통업에도 본격 진출했다. 평화건업사 인수(1978년·현 롯데건설), 호남석유화학 인수(1979년·현 롯데케미칼) 등을 통해 건설과 석유화학 분야에도 발을 뻗었다.

식품-관광-유통-건설-화학 등에 걸쳐 진용을 갖춘 롯데그룹은 1980년대 고속 성장기를 맞았고, 인수·합병(M&A)을 통해 오늘날 국내 재계 서열 5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신격호 시대'는 2015년 7월 불거진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 경영권 분쟁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신동주·동빈 형제간 경영권 다툼에서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고, 결국 이달 초 대법원에서 신 총괄회장에 대해 한정후견인을 지정하면서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한편 신동빈 회장은 이날 주총 표 대결에서 2015년 8월, 2016년 3월과 6월에 이어 또다시 신 전 부회장 측에 승리를 거두면서 한일 롯데그룹의 지배권을 한층 공고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신 회장의 친형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상정한 본인 등 4명의 이사 선임안과 신동빈 회장 등 현 경영진의 이사직 해임안은 부결됐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은 이날 '주총 4연패'에도 경영권 복귀 시도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롯데가(家)의 골육상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