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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6차 전원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자 근로자측 위원인 문군현 한국노총 부위원장(왼쪽)과 김종인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최저임금위원회가 올해도 법정 심의기한 내에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연장전에 돌입했다.

2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법정 심의기한 마지막 날인 지난달 29일 열린 6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는 올해 수준 대비 54.6% 인상한 '1만원', 사용자 측은 2.4% 오른 '6천625원'을 제시했지만,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여기에 사용자 측이 인상 폭을 최소화하기 위한 카드로 PC방, 편의점 등 8개 업종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 카드를 꺼내면서, 노사 간 '수 싸움'이 한층 가열되는 양상이다.

최저임금위는 오는 3일과 5일에 각각 7, 8차 전원회의를 열 예정으로, 노동계와 사용자 측이 어느 선까지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사용자측 '업종별 차등적용'으로 방어막

사용자 측은 좀처럼 임금안을 내놓지 않다 결국 법정 심의기한 마지막 날이 돼서야 올해보다 2.4%(155원) 오른 6천625원을 협상 테이블에 꺼내놨다.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 결정 기준인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측면에서 인상요인은 없지만, 노동시장 이중구조화 완화 등을 위한 소득분배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식해 최근 3년간 소득분배 개선분의 평균값인 2.4% 인상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매년 최저임금 협상 시 초반에 '삭감'이나 '동결' 카드를 내놓은 전례를 고려하면 새 정부의 '친노동' 기조와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대한 부담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사용자 측은 추가 협상에서 인상 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PC방, 편의점 등 8개 업종에 대한 차등적용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PC방, 편의점, 슈퍼마켓, 주유소, 이·미용업, 일반음식점, 택시업, 경비업 등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이들 8개 업종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통해 영세 자영업의 몰락을 방지해야 한다는 게 사용자 측의 논리다.

기본적인 수준의 생계유지를 위해서는 최저임금이 1만원은 돼야 한다는 노동계의 공세에 대해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 보호'를 명목으로 방어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 정부의 기조가 '친노동'으로 무게중심이 기울었지만, 대기업 중심의 현 경제 구조에서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도 이런 카드를 꺼낸 배경 중의 하나로 분석된다.

사용자 측의 한 위원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표하는 위원이 6명"이라며 " 현장에서 파악한 사업주들의 어려움과 호소를 대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차등적용 요구는 꼼수" 노동계 '1만원' 공세 이어갈 듯

노동계는 사용자측이 2.4%(155원) 인상안을 내놓자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추가 협상을 앞두고는 공세를 이어갈 태세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6차 전원회의 다음 날인 30일 공동성명을 내고 "11년 만에 삭감이나 동결이 아닌 인상안을 준비했다며 생색을 내고 있다"며 "최초요구안 제출을 무려 3차례나 미루고, 심의기한을 1시간여 남겨두고 2.4% 인상안을 내놓은 데 대해 분노를 넘어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며 사용자측을 강하게 비난했다.

노동계는 8개 업종에 대한 차등적용 요구가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무시하고, 협상을 지연시키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 보호를 위해 최저임금 적용을 차등적용해야 한다는 사측의 요구도 경기침체 상황을 감안하면 나름 설득력이 있는 논리라 노동계에서도 내심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노동계는 1인 가구 남성 노동자의 표준 생계비(월 219만원)를 토대로 최저임금이 1만원은 돼야 월 소득이 209만원이 돼 기본 생계가 그나마 보장된다는 논리를 펴 왔다.

노동계는 두 차례 추가 협상을 앞두고 사용자측의 차등적용 요구에 대한 대응논리를 가다듬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