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오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대륙간탄도로켓 발사를 직접 명령했다"며 "정점고도 2천802㎞까지 상승해 933㎞의 거리를 비행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1개월 전인 지난달 8일 강원도 원산에서 지대함 순항미사일 수 발을 쐈으며, 올해 들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이번을 포함해 모두 10차례에 달한다. ICBM 발사는 북한이 한·미 양국의 긴밀한 대북 공조에 반발해 도발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새벽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지 불과 사흘 만에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6·15 남북 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이 중대한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이날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북한 정권의 무모함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정부는 무책임한 도발을 거듭 강력히 규탄한다"며 "외교·안보부처는 미국 등 우방과 공조해 유엔 안보리 차원의 조치 및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이 이뤄지도록 해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이전 정부와 다르게 체육행사에 대한 남북한 공동개최 제의 등 북한에 지속적으로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으나 돌아온 것은 결국 미사일 발사뿐이다. 북한에 이런 식으로 계속 끌려가야 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한이 미사일을 쏜 지 한 시간이 넘은 뒤에도 "자세한 내용은 파악 중이다"라는 국방부의 발표는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감과 불안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환경영향평가로 인해 사드(THAAD) 배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북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국제사회의 눈치만 보기에는 우리의 대응책이 너무 부족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