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결실 '한반도 운전자론'에 찬물
인사청문회·경제사절단 對美향응 '시련 자초'

대통령은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비핵화를 공동의 목표로 하고 평화적 방식으로 해결한다는데 합의했다. 대통령은 지난 2일 귀국 인사말에서 "한반도의 문제를 우리가 대화를 통해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미국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귀국 직전 동포 간담회에서는 "남북관계에서도 주변국에 기대지 않고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주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미정상회담은 매우 만족스러웠고, 대통령의 지지세력을 고무시키기에 충분했다. '한반도 운전자론'은 한국외교의 자주성과 주체성을 인정받은 한미정상회담의 결실을 국민에게 인상적으로 전달했다.
북한이 찬물을 끼얹었다. 문 대통령 귀국 이틀만인 4일 대륙간탄도탄(ICBM) 시험발사 성공을 공표했다. 시점도 메시지도 모욕적이다. 대통령과 여당이 방미성과를 자랑할 만큼 한 직후라 정치적 타격은 크다. 대통령은 북한을 향한 자신의 호의에 걸맞은 반응과 태도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것이 상식이고 예의이고 인지상정이다. 더욱이 미국의 대북 강경론을 누그러뜨리고 온 마당 아닌가. 그런데 이토록 신속하게 선의를 짓밟고 나서니, 망신의 수준을 넘어 배신감마저 느꼈을 것이다. 정말 심각한 것은 ICBM 시험발사 성공에 담긴 북측의 메시지다. 북핵문제 해결의 당사자로 대한민국이 아니라 미국을 분명하게 지목한 것이다.
현 집권세력은 초지일관 자주외교론을 앞세웠다. 남북 당사자 간의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해왔고 남북정상회담을 실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도 이 같은 대북정책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 달라진 것은 김정은의 북한이 요지부동, 대화 상대로 미국을 지목하고 있는 점이다. 이래서야 문 대통령의 자주외교론이 동력을 얻기 힘들다. 상대가 상대해주지 않아서다. 이러다가 현 정부의 대북정책 자체가 무력해질 수 있다. 북의 ICBM 발사에 미사일 무력시위로 즉각 대응하고 독일 G20 정상회의 기간에 맞춰 준비했던 베를린 연설도 강경 기조로 수정한다지만, 대북 강경 기조를 마냥 유지하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문정인 특보와 같은 집권세력 내부의 반발과 좌성향 지지층의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시련의 초입에 들어섰다.
국내 상황도 갈수록 예민해지는 중이다. 통치와 민생분야에서의 자가당착적 행보가 80%를 넘나드는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개운치 않은 기운을 퍼트리고 있다.
내로남불로 요약되는 인사청문회가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국회에 요청한 인사청문 대상자 중 상당수가, 과거 더불어민주당의 청문기준이었다면 인격적 파산과 함께 낙마했을 정도로 흠집투성이였다. 야당이 낙마를 지목했던 김상곤, 송영무, 조대엽씨의 해명은 스스로의 도덕적 기준을 번복하거나 구차했다. 대통령은 김상곤 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은 임명을 강행했고 송영무 국방·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는 임명 강행을 저울질 중이다.
대통령이 지난 한미정상회담 때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대동해 미국에 투자 선물을 안긴 것도 개운치 않다. 국내 대기업들이 대통령을 따라가 트럼프에게 7조원의 투자계획을 전달했다. 향후 5년 재계의 대미투자가 14조원 이상이라는 집계도 나왔다. 우리 돈으로 미국 일자리를 창출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대한민국 청년실업자의 심경은 어떨까. 천문학적 유보금을 쌓아놓은 대기업은 국내투자를 망설이고, 이제 귀족노조라는 비판도 둔감해진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 지키기는 완고하다. 퇴직 연한에 몰린 베이비부머는 차례차례 프랜차이즈를 비롯한 창업현장에서 전사중이다.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대통령이 국내 일자리 창출에 써먹어야 할 대기업들을 거느리고 미국을 접대한 모양새는 무신경하고 부적절하다. 80%대의 지지는 지리멸렬한 야당이 헌납한 허상이다. 허상에 기대 인사청문회와 경제사절단의 대미향응처럼 국민을 의식하지 않는 국정운영을 감행하면 이 또한 정치적 시련을 자초하는 일이다.
/윤인수 편집국 국차장(총괄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