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온호 대비 60% 늘린 1만2천t급 올초 설계 계획 지연
송도 1만300㎡에 산·학·연 협력관 건립 사업도 '일단 멈춤'


우리나라의 극지과학연구를 담당하는 유일한 국책연구기관인 극지연구소의 주요 사업이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다.

아라온호에 이은 제2쇄빙연구선 건조사업은 1년 6개월째 첫 관문인 예비타당성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극지연구소 옆에 건립할 계획인 교육·연구시설은 사업비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민국의 첫 남극 과학기지 건립 30주년이 내년으로 다가온 가운데 극지과학연구 관련 주요 사업이 지연되면서 국제적인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6일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전문연구기관에 의뢰해 지난해 1월 25일 착수한 제2쇄빙연구선 건조사업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극지연구소는 애초 지난해 하반기 제2쇄빙연구선 예타 조사가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해수부와 극지연구소 계획대로라면 예타 결과가 이미 나와, 올해 초부터 설계작업에 돌입했어야 했다. 목표로 하고 있는 2021년 취항에 맞춘 일정이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가 지났는데도 예타 조사 결과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제2쇄빙연구선의 규모와 관련해 예타 조사기관과 협의 중이라는 게 극지연구소 설명이다. 제2쇄빙연구선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와 극지연구소는 제2쇄빙연구선을 아라온호(7천487t)보다 약 60% 규모를 늘린 1만 2천t급으로 건조할 계획을 세웠다. 쇄빙·내한능력도 아라온호보다 2배 이상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북극을 기반으로 한 연구활동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아라온호가 연간 300일 이상 운항하지만, 우리나라의 극지연구 수요를 60% 정도밖에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세계 각국의 북극 진출 경쟁을 일컫는 이른바 '콜드 러시(Cold Rush)'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선 제2쇄빙연구선 건조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제2쇄빙연구선 건조사업이 늦어지면서 극지연구소의 '산·학·연 협력관' 건립사업도 멈춘 상태다.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제2쇄빙연구선 예타 조사는 늦어도 이달 중에 마무리돼야 내년도 관련 예산을 신청할 수 있다"며 "사업의 중요도와 순서를 고려하면, 제2쇄빙연구선 관련 예산을 우선 확보해야 산·학·연 협력관 건립 사업비 확보도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극지연구소 '산·학·연 협력관'은 국비 298억 원을 투입해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1만 300㎡ 땅에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1만㎡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다. 체험형 교육시설과 전시실, 연구실험실 등을 갖추기로 했다.

극지연구소는 본관 1층에 소규모 홍보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연구소 위상을 고려할 때 협소하고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아 교육시설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인천시는 협력관 부지를 15년 동안 무상 임대하기 위해 2015년 말 인천시의회 동의를 받았지만, 사업비를 확보하지 못해 현재까지 빈 땅으로 방치돼 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