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모티브, 지자체 직접 운용
수사권 조정 警 시스템 개선 의미
인력 나누기 지적… 비용 문제도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자치경찰제 도입이 가시화하고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과 함께 경찰 개혁 방안으로 거론되는 자치경찰제를 두고, "지방자치를 확대할 수 있는 조치", "경찰의 지방직 전환에 따른 예산 부담만 가중시킬 뿐 실효성은 없다" 등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한다.

9일 경기도에 따르면 자치경찰제는 행정자치부 소속으로 인사 및 업무 전반을 중앙이 관리해 온 기존의 경찰 시스템을 각 지자체가 직접 경찰을 운용토록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달 청문회에 나선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은 "획일화된 국가경찰제로는 방범이나 생활안전 등 주민 밀착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제주특별자치도의 경험을 참고하겠다"면서 제주도의 자치경찰제를 모티브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표면적으로는 자치경찰 도입으로 주민 밀착형 서비스가 강화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과 함께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검찰의 수사권을 조정하면 경찰의 권한이 강화되는데, 경찰시스템 개선 없이 권한만 강화되면 악용의 우려가 있다는 논리다.

선제적으로 자치경찰제를 도입한 제주도의 사례를 토대로 지역의 실정에 맞는 제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가 앞으로의 과제인데, 이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일각에선 제주자치경찰의 역할이 식품안전, 산림, 세무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의 수사를 위해 일반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한 특별사법경찰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나 정보 등 경찰의 핵심 사무를 제외하고 민생·치안사무만 이양한다면 예산 부담만 늘어날 뿐 실익이 없어 지자체에서 자치경찰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제주국제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고헌환 교수는 "자치경찰은 일반 경찰이 하지 못하는 생활 치안에 집중해 주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수사권까지 주게 되면 지금의 제도와 다를 바가 없고, 경찰 인력을 나누기 하는데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산도 문제다. 제주 자치경찰은 출범 당시 국가경찰에서 자치경찰로 넘어온 인력 38명 분을 국비로 보전받고 있을 뿐, 신규·증원된 인력에 대한 비용은 자체 경비로 조달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제주자치경찰 인력은 125명에 불과해 예산은 100억원 미만을 기록했지만, 도는 남부지방경찰청만을 기준으로 1만6천명 이상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어 자치경찰 전환 시 지자체의 예산 부담도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자치경찰이 지방직 공무원이 되면, 처우가 열악한 소방 공무원의 전철을 밟게 될 거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도 관계자는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를 위해 필수적인 항목이다. 하지만 재정 문제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예산 확보를 위한 특례 제정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면서 "교육예산이 중앙에서 내려오듯 예산지원 근거조항을 신설해 예산을 내려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준성·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