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가족이 학교 찾아와
남학생·교사 무차별적 구타
포천교육지원청에 보고안돼
보름 넘게 사태 파악도 못해


포천시내 두 고등학교에서 남·여 학생들 간 성폭행 공방이 벌어지면서, 여학생 가족이 남학생이 재학 중인 학교를 찾아가 남학생과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교육 당국은 보름이 넘도록 제대로 된 사태 파악조차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9일 포천교육지원청과 포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학생들의 점심시간에 포천시에 위치한 한 고교에 두 남성이 들어와 A군을 학교 강당으로 불러내 무차별 폭행했다.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이 학교 교사 두 명도 이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 남성이 같은 지역의 또 다른 고교에 다니는 B양의 삼촌과 그 친구라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남성들은 조카인 B양이 A군으로부터 지난 4월께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한 사실을 안 뒤, 분을 참지 못하고 A군이 다니는 학교를 찾아가 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A군은 의정부시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포천경찰서 관계자는 "성인 남성이 학교에 들어와 남학생과 교사를 폭행한 사건에 대해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이며 남·여학생들 간 성폭행 사건은 두 당사자간 진술이 엇갈려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계획하고 있는 상태"라며 "사안이 민감한 데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라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 당국은 이런 일이 벌어진 지 16일이 흐른 지난 7일, 경인일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학교를 찾아 실태 파악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학교 역시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어 남학생을 대상으로 특별교육과 함께 여학생 주변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지만, 폭행 사태에 대해서는 교육 당국에 제대로 된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포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여학생이 남학생을 성폭행으로 경찰에 신고한 사실 외에 남성들이 학교에 들어가 남학생과 교사를 폭행한 사실은 구체적으로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포천/최재훈·정재훈기자 jjh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