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정비 나서며 매출 70% ↓"
"대부분 협약지켜" 고충토로
'정상영업 중' 플래카드 문구도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불법 개 도축에 대한 법규 정비가 시급한 실정이다. 9일 오전 성남시 중원구에 위치한 전국 최대 개고기 유통시장인 모란시장. 초복을 앞둔 데다 마침 5일장도 서는 날이어서 시장은 붐비고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대추·밤·인삼과 한약재 등 보양식 재료를 판매하는 매대가 줄지어 있었고 상인들과 가격 흥정을 하는 소비자들로 뒤엉키면서 이동이 어려울 정도였다.

시장 내 22개 건강원도 마찬가지였다. 가게 앞 투명한 냉장고에 넣어둔 개고기·닭·염소고기 등을 요리조리 살펴보며 가격을 묻는 이들도 있었고 지나가는 고객에게 연신 "가격이라도 묻고 가시라"며 붙잡는 상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상인들 대부분은 매출 급감을 호소했다. 한 상인은 "평소 복날 때와 완전히 다르다"며 "지나다니는 사람만 많지, 예전처럼 개고기를 사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용복 모란가축상인회장은 "성남시와 협약에 따라 시설을 철거하는 등 정비에 나서면서 매출이 70% 감소했다"며 "대부분이 업종 변경을 고민할 정도"라고 말했다.

부정적인 시선에 대한 불편함도 토로했다. 김 회장은 "생계가 어려워질 정도지만 다들 시와의 협약사항을 잘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협약에 반대하는 일부 상인들이 예전과 같이 영업하고 있는 것을 상인 전체로 확대해 비난하고 있어 불편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대부분의 건강원은 보관함과 도축시설 없이 개고기만을 판매하고 있었지만, 3~4개 업소는 여전히 살아있는 개가 보관된 진열장을 둔 채로 영업했다.

가게 안쪽에서 토치로 개를 그을리는 모습도 보였고, 방금 도살된 듯한 개 사체도 눈에 띄었다. 이들 업소 앞에는 '정상영업 중', '촬영금지 법적 문제 발생 시 책임지지 않음', '50년 역사의 시장을 지키자' 등의 문구가 내걸려있었다.

앞서 동물권단체 케어도 5~6월 자체조사를 통해 "절반 가량의 업소에서 불법 도살이 계속되고 있다"며 "더 이상 협약 이행 여부를 지켜보는 일이 무의미해졌으니 모란시장 내 개고기 판매행위가 사라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성남시 관계자는 "염소와 토끼 등 기타 가축의 경우 합법적인 도축 방안이 마련되기까지는 사실상 용인해주되, 오는 9월부터 이동식 도축차량이 마련되면 이후 업소 내 도축시설은 전부 철거하고 불법도축으로 고발할 계획"이라며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개에 대해서는 법규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권순정·신선미기자 ssunm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