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속에서 일하는 급식노동자
18일 오전 인천시교육청 현관 앞 계단에서 열린 '학교 급식노동자 노동환경 개선 안전대책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리사들이 안전관리 대책 수립과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이 폭염 속 탈진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18일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와 인천지부는 각각 경기도교육청·인천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염 속 학교 급식실 조리는 살인적 노동행위"라며 "50℃ 이상의 찜통 속에서 탈진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3일 오전 안양의 A고등학교 급식실에서 닭백숙을 끓이던 조리실무사 B씨가 구토와 어지러움 증세를 호소하다가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교생 900여명분의 백숙이 펄펄 끓는 대형 솥 앞에서 오전 내내 버티던 B씨가 요리를 마무리하던 중에 일어난 일이다. B씨는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뒤 이날까지 병원에 입원 중이다.

김영애 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장은 "해당 학교는 업무 중 근로자가 고통을 호소했는데도 119를 부르기는커녕 혼자 택시에 태워 병원에 보냈다"며 "충북에서도 '열탈진'에 의해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지는 등 이틀 연속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인천지부도 "인천시교육청은 급식노동자 1명이 155명의 식사를 감당하도록 하고 있고 이러한 배치기준은 짧은 시간에 1천 명 이상의 식사를 마련해야 하는 노동자들에게 살인적인 환경"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탈진 사고는 단순히 무더위 때문이 아니라, 교육당국이 방관한 채 만들어진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각 교육청에 ▲폭염 대비 급식 노동자 안전대책 매뉴얼 수립 ▲급식실 냉방장비 점검 및 개선 등을 요구하며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정운·신선미기자 ssunm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