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에 S.O.S.?<YONHAP NO-1646>
"정족수 3명이 모자라는데…"-22일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정족수 3명이 미달돼 투표가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왼쪽)가 본회의장에 들어온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와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179명중 贊 140·反 31·기권 8표 가결
민주당 26명 불참… 野, 일제히 비난

1천536억 감액 '11조333억원' 처리
국가직 공무원 증원예산 80억 삭감
인원도 '2천575명'으로 대폭 축소
지방직 인건비 제외에 지자체 "부담"
가뭄대책·평창올림픽 지원 등 증액


문재인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안이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를 우여곡절 끝에 통과했다. 정부가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한 지 45일 만이다. 새 정부 이후 첫 추가경정 예산이지만 여야의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사태 속에 가까스로 처리하는등 마찰을 빚었다.

추경안은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재적 299명 중 179명이 표결에 참여한 가운데, 찬성 140표·반대 31표·기권 8표로 가결됐다. 해외에 나간 의원들이 많아 한때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으며 표결 불참 의원들이 속출했다. 외형적인 의사 정족수 문제도 난제였지만 추경 심의안의 내용도 주요 과제들이 축소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밖으로 나가버리고'<YONHAP NO-1589>
퇴장하는 한국당 의원들-22일 국회에서 열린 추경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 추경안 설명을 하려 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국회가 통과시킨 추경안은 정부 안(11조1천869억원)에서 예산결산특위 논의를 거쳐 1천536억원 상당을 감액한 11조333억원 규모다.

특히 논란 속 핵심 쟁점이었던 공무원 증원 예산의 경우, 추경안에 포함됐던 국가직 공무원 증원 예산 80억원을 삭감했다. 대신 정부의 목적 예비비로 지출하기로 했다.

증원 규모 역시 애초 정부가 제시한 4천500명에서 대폭 줄어든 2천575명으로 축소됐다. 세부 항목으로는 경찰지구대 순찰인력 1천104명, 군부사관 652명, 인천공항 2단계 개항 인력 조기 채용 537명, 근로감독관 200명, 동절기 조류 인플루엔자(AI) 관리·예방 인원 82명 등이다.

소방공무원 1천500명, 사회복지공무원 1천500명, 교사 3천명, 가축방역·재난안전 현장인력 1천500명 등 지방직 공무원 7천500명 채용 계획엔 변동이 없지만, 이번 추경엔 신규 인력 채용·훈련 비용만 편성되고 인건비는 빠져있어 각 지자체에서 논란이 이어져 왔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자문위원인 염태영 수원시장은 "추경 통과를 환영한다"면서도 "지방공무원 임금 부담은 해당 지자체 몫이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부담은 지자체로 떠넘기는 행태는 지방분권에 역행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감액된 정부 지원 사업으로는 중소기업 모태펀드 출자 6천억원, 중소기업진흥기금 융자 2천억원,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스마트공장 보급 300억원, 취업 성공패키지 244억원 등이다.

반면 증액사업으로는 가뭄대책 1천27억원, 평창올림픽 지원 532억원, 노후공공임대시설 개선 300억원, 장애인 활동지원 204억원, 초등학교 공기정화장치 설치 90억원, 조선업체 지원(선박건조) 68억2천만원 등이다. 정부는 민간기업 채용이 집중되는 올해 추석 전까지 일자리 추경의 70%를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추경안의 극적 통과는 자유한국당이 본회의장에서 퇴장하자 표결처리를 위한 의결정족수 150명 중 4명을 채우지 못해 표결이 일시 중단, 결국 한국당의 출석으로 이뤄졌다. 정작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26명이 불참한 사실이 전해지며 야권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한국당 원내지도부 한 관계자는 23일 "여당이 정말 무책임한 것이다. 그렇게 추경을 해야 한다고 할 때는 언제이고 본회의 참석조차 안 하느냐"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당의 참석 때까지 속수무책으로 앉아있는 여당 의원들을 바라보면서 철학과 비전을 갖고 논의를 한 것인지 청와대가 밀어붙이니까 눈치가 보여서 마지못해 한 것인지 의아했다"고 했으며, 바른정당 이종철 대변인 역시 "서로 짰는가 싶을 정도로 거대 여당과 거대 야당의 구태 정치 '종합판'을 본 것 같아 참으로 씁쓸하다"고 비판했다.

/이경진·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