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찾았다. 두 사람은 과거 야당 시절 미국에 체류할 때 '호형호제'하며 가깝게 지냈다. 그런 관계로 두 사람의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에서의 만남은 여느 회동과 다른 격의 없는 자리가 됐고 정권이 교체된 현 정국에 대한 인식 공유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의 치적 사업인 4대강 사업에 대한 현 정부의 인식에 대해서도 교감을 나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대한 생중계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두 사람의 대화 내용에 관심이 쏠렸다.
깊은 대화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덕담으로 대화는 시작됐다.
먼저 이 전 대통령이 홍 대표에게 "어려울 때 야당 대표가 돼서 고생이 많다. 건강한 야당이 참 필요하다"고 덕담을 건넸고 홍 대표는 "여당 대표 할 때보다 쉽다"며 "여당은 무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한 6개월 하면서 참 힘들었다. 야당은 할 일이 없다"고 답했다.
누구 때문에 야당의 신세가 됐는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더 험한 야당의 길을 가겠다는 비장함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홍 대표는 "저 사람들(정부·여당)이 가는 길목을 알기 때문에 (야당) 하기가 별로 어렵지 않다. 야당은 어렵지 않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논란이 되는 4대강 사업에 대해 섭섭함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깊은 대화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야 정권이 교체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과 현 정부와의 뒤바뀐 관계가 대조를 보였다.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재판 공개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인민재판을 벌써 한 번 받았다. 자기들(대법원)이 규칙을 개정해서 인민재판을 또 하겠다는데 도리가 없는 것 아니냐"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정권도 잡았고, 자기 마음대로 하고 있고…. 지금쯤은 그만해도 될 건데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미 자기들이 쫓아내고 집권하고 자기들 할 거 다 했는데 이제 또 시체에 칼질하겠다?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