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무공천을 주장하는 이들은 기존 공천방식이 지역정치의 중앙예속을 고착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특정 정당이 지역에서 패권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선 그 부작용이 더욱 두드러진다. 지방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공직지망생들은 해당지역 지배정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공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회의원에게 완전히 머리를 조아린다. 을의 위치에 있는 정치지망생들은 국회의원의 마음에 들기 위해 하수인의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 한 정치지망생은 "경북지역에 출마하고자 하는 정치지망생들은 자유한국당 현역 국회의원에게 줄을 대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며 "당선 후 공천을 준 국회의원에게 얼마나 음성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냐가 공천기준인 지역이 있다는 소문도 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천을 하지 않을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많다. 정당 정치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국가에선 기초 단위까지 정당의 책임정치를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사실상 정당 간 경쟁이 없는 지역에서는 이 같은 명분도 힘을 잃는다. 아울러 지역 토호세력의 지방의회 진출을 견제하고 참신한 인재들을 발탁하기 위해선 공천방식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무엇보다 '여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비례대표제도), '소수 정당의 진입 장벽 제거'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방의원에게 지역구 내 일부지역에 대한 유권자 관리를 맡기면서 유무형의 편의까지 제공받는 관행을 혁파하고 지역 토호세력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당사자들이 무공천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지방신문협회 유광준 매일신문 기자 june@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