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죽산 조봉암 선생 58주기 추모제
31일 오전 서울 중랑구 망우리 묘지공원 내 죽산묘지에서 거행된 죽산(竹山) 조봉암 선생 58주기 추모제에서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 박남춘 국회의원 등 참석자들이 분향하고 있다. 분향소에 문재인 대통령의 화환이 보이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비 내리는 서울 망우리공원 묘소
줄잇는 애도 인파 눈길 사로잡아
독립·건국 유공 '복권' 계기 기대


대한민국 정부가 죽산 조봉암 선생이 '사법 살인'을 당해 세상을 떠난 지 58년 만에 처음으로 죽산을 향해 공식적인 예우를 갖췄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오전 11시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서울 망우리 묘지공원 내 죽산 묘소에서 거행된 '죽산 조봉암 선생 제58주기 추모식'에 화환을 보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제헌 국회의원과 제2대 국회의원, 초대 농림부장관, 제2대 국회 부의장, 제2대와 제3대 대통령 후보를 지낸 죽산의 삶을 기리고 58년 전 그의 억울한 죽음을 애도했다.

이날 추도식장에는 묘소 앞 제단 왼쪽에 '대통령 문재인'이라고 적힌 추모 화환이 놓여 참석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대통령의 화환이 온 것은 죽산 서거 58년 만에 처음이라고 유족 측은 밝혔다.

1959년 7월 31일 간첩죄 누명을 쓰고 사형을 당했던 죽산은 52년 만인 2011년 1월 20일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고 사법적인 억울함을 벗었지만 당시 이명박 정권과 그 뒤를 이은 박근혜 정부에서는 독립과 건국 유공자로서의 복권 논의가 활발히 이뤄질 수 없는 형편이었다.

이날 추모식 내내 참석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화환을 계기로 죽산이 목숨을 걸고 수행한 독립운동과 건국 헌신의 정신이 국가보훈처 차원의 공식적인 인정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했다.

국가보훈처는 아직까지 죽산을 독립운동가로도, 건국의 주역으로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1941년 12월 23일자 '매일신보'에 실린 일본군 위로금 기부 기사를 내세워 죽산이 친일행적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죽산의 친일 주장은 그 근거가 확실하지 않다. 죽산은 해방 당일에도 일제에 체포돼 있었으며 해방과 동시에 풀려나 그 즉시 건국 운동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꾸준히 죽산 추모사업을 벌여 온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은 "죽산 선생 서거 58년 만에 예전의 유력 대통령 후보를 현직 대통령이 처음으로 예우하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남다르다"면서 "죽산 탄생 120주년과 서거 60주기가 되는 2019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이제부터는 죽산의 정신을 제대로 기릴 수 있는 방안 찾기에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