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최고세율이 9년 만에 환원되는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2일 발표한 '2017년 세법개정안'에서 과세표준 2천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법인세율 최고 25%를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 법인세율은 ▲ 과표 0∼2억원 10% ▲ 과표 2억∼200억 20% ▲ 과표 200억 초과 22% 등 총 3구간으로 나눠 적용되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과표 구간에 '2천억 초과'를 하나 더 신설하고 세율을 기존 최고세율보다 3%포인트 높게 적용한다.
예컨대 과표가 5천억원인 법인은 현재 법인세 1천95억8천만원(2억*10%+198억*20%+4천800억*22%)을 내지만 내년부터 세금이 1천185억8천만원(2억*10%+198억*20%+1천800억+22%+3천억*25%)으로, 세 부담이 90억원 늘어난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25%로 오른 것은 9년 만이다.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 당시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를 앞세우며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한 뒤 올해까지 법인세 최고세율은 22%에서 고정됐다.
법인세 최고세율 자체가 오른 것은 1990년 30%(비상장 대기업은 33%)에서 34%로 올린 이후 처음이다.
이후 투자 활성화, 국제적인 흐름 등에 발맞춰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계속해서 인하해왔다.
법인세율을 28년 만에 올리기로 한 것은 공약 이행을 위한 새 정부의 재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부자 증세 강화를 통한 조세 정의 실현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다.
정부는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해 5년간 178조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하고 있다.
그중 82조6천억원을 세입 확충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애초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명목 세율 인상 없이 세수 자연증가분, 비과세·감면 정비, 탈루세금 징수 강화 등으로 세입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여당, 정부 일부에서도 나오자 정부도 전격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을 단행했다.
초대기업을 타깃으로 한 법인세율 인상은 서민·중산층을 지원하겠다는 현 정부 기조와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열린 세법개정안 사전 브리핑에서 "자금 여력이 있는 일부 대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율을 종전 수준으로 환원하자는 것"이라며 "현재의 경제 여건, 파급 효과, 과세 형평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소득 계층과 일부 대기업을 대상으로 세율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법인세 증세라기보다 환원이라는 표현을 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과표 2천억원 초과 기업은 2016년 법인세 신고 기준으로 129개에 달한다.
전체 법인이 59만개, 실제 법인세를 내는 곳이 33만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0.1%도 되지 않은 거대기업만 법인세 인상 영향권에 드는 셈이다.
최고세율 인상에 따라 정부는 법인세 2조6천억원이 더 걷힐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