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朴晙瑩) 신임 홍보처장은 11일 오전 공보수석으로서는 마지막 브리
핑에서 “오후 2시에 청와대 수석비서진에 대한 인사가 발표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때도 청와대 안팎에서는 여전히 3~4명이 바뀔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오후에 수석비서관 8명 가운데 5명을 교체
했다.
불과 며칠전 소폭 개각을 했던 김 대통령이 예상외로 많은 수의 비서진을
개편한데는 '청와대 참모진의 전면 개편"을 거세게 요구한 민주당내 목소리
가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전날 민주당 당무회의에서 일부 당무위원들은 한광옥(韓光玉) 대표를 인준
하면서 “대통령에게 참모진 개편을 건의하자”는 강경 입장이었다.
여기에 김 대통령 의중을 잘 이해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해찬(李海瓚) 전 정
책위의장까지 가세, 반향이 컸다.
김 대통령이 이같은 당내의 격앙된 목소리를 그냥 듣고 넘길 경우 자칫 감
당치 못할 사태를 부를 가능성을 우려, 당초 구상을 수정하게 됐다는 것이
다.
김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대폭 개편을 통해 이상주(李相周) 비서실장 체제
아래 참모진을 새롭게 구성, 새 각오로 국정개혁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천명
한 것으로 보인다.
임동원 전 통일장관을 교체 사흘만에 장관급인 외교안보통일 특별보좌역에
임명한 것은 햇볕정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상징하는 대목이다. 41세에 교
육문화수석에 기용된 조영달(曺永達) 수석에게는 '강도 높은 교육개혁"을
주문하고 있다. 40대인 유선호 경기부지사의 정무수석 발탁에는 '신 여소야
대 등 변화하는 정치상황에 걸맞는 새 감각"으로 대처한다는 뜻으로 보인
다.
박 대변인은 “김 대통령은 대북 화해정책을 차질없이 수행하고 국정개혁
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전문성과 개혁성을 갖춘 인물들을 기용했다”
고 배경을 설명했다.
개편 폭이 커지면서 교육문화수석 등 2~3 자리는 불똥이 엉뚱하게 튀었다
는 후문이다.
부산시교육감으로 재임하다 임명돼 1년여만에 보직도 없이 물러난 정순택
교육문화수석이 대표적 케이스로 꼽히면서 동정론이 일고 있다.
문화관광장관 영전설이 나돌았던 박 대변인의 교체도 다소 의외라는 평.
DJP 공조붕괴에도 불구, 유임될 것이 확실시 됐던 남궁진(南宮鎭) 정무수석
의 경우 민주당내 역풍에 휘말리면서 교체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신광옥 민정수석은 안동수 전 법무장관 인사 파동과 국중호(鞠重皓) 민정수
석실 국장이 연루돼 구속된 인천공항 비리사건 등으로 어느 정도 예견됐었
다.
이번 개편을 통해 김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이 재확인 된 박지원(朴智元) 정
책수석은 비중과 역할이 커지면서 비서실의 맏형 노릇을 할 것으로 전망되
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