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폭염에 휴가철이 겹치며 수원의 한 전통시장에 손님이 뚝 끊겨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 왼쪽) 반면 시원한 실내 쇼핑몰과 백화점이 도심 피서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7일 오후 수원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 시민들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커피를 마시고 있다. /김종택기자 jongtaek@kyeongin.com

성남 모란·수원 지동시장
무더위속 손님 줄어 '한숨'
식당·영화관 갖춘 쇼핑몰
가족·연인 몰려 매출 대박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휴가철이 겹치면서 전통시장과 백화점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전통시장은 손님이 없어 그 흔한 가격 흥정소리도 사라진 반면, 백화점 등 대형마트는 유명 피서지를 방불케 했다.

7일 오후 2시 35분께 성남 모란시장. 35℃를 넘어서는 날씨에 모란시장을 오가는 이용객은 평소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손님 자체가 없다 보니 상인 대부분은 자리에 앉은 채 부채질만 하고 있었고, 일부 상인들은 아예 평상에 누워 잠을 청했다.

방앗간을 하는 문희숙(77·여)씨는 "무더위에 휴가철까지 겹쳐서 그런지 모란시장에는 손님보다 파리가 더 많은 상황"이라며 "매일 적자지만, 먹고 살려면 점포를 닫을 수는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가게 문을 열고 있다"고 토로했다.

수원 지동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상인들은 무더위와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냉방시설이 없는 지동시장에는 상인들이 손님이 가게 앞을 지나가면 부채질을 해주며 가격흥정을 시도했다.

특히 생선가게는 무더위 속에서 얼음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송정렬(69·여)씨는 "요즘 하루에 10포대(15㎏/포대) 넘는 얼음을 쓰고 있다. 이것만 해도 하루에 5만~8만원"이라며 "폭염에 휴가철까지 겹친 요즘엔 손님이 더 줄었다. 매출보다 얼음 값 등의 비용이 더 많다"고 말했다.

반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같은 시간 수원 롯데몰은 가족 , 연인, 친구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들 중에는 롯데몰에서 식사를 하거나 영화를 관람한 뒤 수원역에서 기차를 타고 본격 피서를 떠나는 휴가객도 있었다.

서울 영등포에 사는 회사원 김은수(44)씨는 "휴가철을 맞아 전남 여수에 있는 동생 집에 가기 위해 기차를 기다리며 딸과 장난감 구경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님이 몰리다 보니 매장도 때아닌 호재를 맞고 있다.

돈가스 전문점을 운영하는 노준현 점장은 "지난주 평일 매출이 다른 때보다 100만원 이상 올랐다. 평소 매출은 200만원 정도였는데, 최근 평일에는 300만원을 넘고 있다"고 밝혔다.

의정부역의 신세계 백화점도 사람들로 붐볐다.

특히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단위 이용객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주로 음식점과 실내어린이놀이터, 영화관 등에 몰려있었다.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본격 휴가철인 지난주에 매출이 15.9% 상승했다"며 "지난 2015년 7.7%, 지난해 9.4% 등 휴가철 동안 전년 대비 매출 추이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산업연합회 관계자는 "사람마다 휴가를 즐기는 방법이 각기 다르지만, 요즘은 휴가 기간 내내 특정 피서지에서 시간을 보내기 보단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멀티플렉스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다"며 "인근에 유명 피서지가 없으면 피서객을 전통시장에 들르게 하는 방법은 사실상 없는 셈"이라고 밝혔다.

/전시언·배재흥기자 coo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