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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개발 중인 핵탄두 ICBM이 미 서해안까지 도달하려면 사거리 연장을 위해 탄두 무게를 줄이는 소형화 기술과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 등 두 가지 핵심 기술이 필요한데, 8일(현지시간) WP 보도가 사실이라면 북한은 두 난제 중 하나를 이미 해결한 셈. 따라서 재진입체 기술만 확보한다면 북한의 ICBM은 미국의 안보를 실전에서 위협할 수 있는 동북아시아 안보의 명실상부한 '게임체인저(game changer:판도를 완전히 바꾸는 결정적 요소)'로 등장하게 된다. 사진은 이날 휴가 중인 베드민스터에서 북한 문제 등과 관련해 행정부 관리들과의 회의 중인 트럼프(왼쪽)의 격앙된 듯한 표정. /AP=연합뉴스

트럼프, 북 표현 '불바다' 유사

위협수준 차원 다르다는 분석
서로 최대 압박 '대화' 가능성도

靑 "엄중하지만 위기설 동의못해
불안감 조성·한미동맹 이간 목적"
여야, 北 일제히 규탄 정부대응 촉구


미국과 북한이 군사행동을 예고하는 초강경 '말 폭탄'을 주고받으며 한반도의 긴장 수위가 전에 없이 최고조로 치달은 9일 이러다가 실제 북미가 행동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왔다.

일단은 이달 중에 연례 한미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예정돼 있는 만큼 최고의 긴장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북한이 UFG 연습 전후로 ICBM 시험발사 혹은 핵실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UFG 훈련이 실시되는 매년 8월 무력시위를 벌여왔다.

여기에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는 북한 선전매체들이 자주 사용하는 호전적 표현인 '불바다'와 비슷하지만, 미 대통령이라는 위치나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상 그 위협의 수준은 차원이 다르다는 분석도 더해졌다.

이에 비해 일각에서는 북한과 미국이 서로를 향해 최대치의 압박을 한 만큼 역설적으로 북미 간 '대화'의 가능성도 제기됐다. 서로 '말 폭탄'을 주고받은 만큼 진짜 전쟁에 나서지 않는 이상 이를 풀 방법은 대화밖에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 "한반도 위기설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한반도 위기상황이 엄중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위기까지는 아니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안보리 제재 결의안 채택 이후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정부 대변인, 아태평화위, 오늘은 총참모부 5개 기관의 명의로 성명서를 냈다. 특이한 상황으로 분석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어떻게 저런 내용을 쓸까 할 정도로 격하게 반응하는데 아마 내부 결속용일 것"이라며 "국내의 안보 불안감 조성, 한미동맹 이간 시도, 대북정책을 약화시키려는 것 등 다양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점점 더 상황이 북한에 불리하게 진전되고 있다는 걸 북한이 깨달아야 한다"며 "우리가 제시한 합리적 제의에 응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국내에서 코리아패싱 언급을 자주 하는데 왜 그런 말이 나왔나 이해를 못하겠다"며 "엊그제 문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오자마자 트럼프 미 대통령이 휴가 중인데도 통화했고 20~30분이 아닌 거의 1시간 동안 아주 깊숙한 대화를 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도 북한은 역내에서 유일하게 참석하는 안보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믿었던 아세안 국가들에 외면당했다. 북한은 이번 회의 참석에 앞서 아세안 주요 국가들과 양자회담을 요청했으나 대부분 국가들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북한이 외교전 대신 그야말로 '말폭탄' 전쟁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경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라는 초강경 발언을 두고 언론 등을 중심으로 우려가 제기됐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미한 '화염과 분노'의 구체적인 의미가 명확하지 않지만, 그동안 보여 온 '인내'와는 확실히 다르다고 전했다.

또 북한에 대한 군사개입은 중국까지 자극할 수 있어 극도로 위험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나온 것으로는 이례적으로 공격적인 언어"라며 "북한이 미국과 동맹국들을 향해 내놨던 위협을 명백히 따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장인 존 매케인 상원 의원도 북한의 도발에 강한 수사(rhetorice)로 맞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고 NBC가 보도했다.

매케인 의원은 "이런 종류의 수사가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나는 모르겠다"면서 "달리 말하자면 과거엔 북한에 대한 접근을 좀 더 부드럽게 했지만, 그것이 강한 압박(big stick)을 줬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미 대통령이 말한 대(大) 곤봉 정책과 같은 것인데 내 생각엔 어떤 것을 하더라도 우리에겐 심각한 대치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좀 더 부드럽게 압박을 주는) 전략이 구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엔 너무, 너무, 너무 위험하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는 북한의 발언을 일제히 규탄하면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야당의 경우는 여기에다 문 정부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이런 와중에 우리 정부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뭘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한반도 문제 해결의 운전석'인가"라고 지적했다.

/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