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대폭 오르자 아파트 경비원을 감축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2018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 6천470원에서 7천530원으로 16.4% 대폭 인상됨에 따라 아파트 입주민들이 관리비 부담을 덜고자 서둘러 인력 감축을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이달 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A 아파트 단지 각 동 1층 게시판에는 '경비원 운영방식 변경안' 안내문이 붙었다.

변경안을 보면 현재 총 34명이 2개 조로 나눠 격일제로 근무하는데 인력을 26% 줄여 총 25명이 주·야간 조로 근무하도록 변경해 관리비를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전체 1천651가구가 사는 이 아파트 단지 입주자 대표회의는 이달 5일 임시회의를 열어 이 같은 경비원 운영방식 변경안을 논의하고 다음 날 각 동 게시판에 안내문을 붙였다.

현재 경비용역업체와 맺은 2년 계약이 10월 말로 만료되고 내년에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관리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경비원 감축을 통한 인건비 절감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이 아파트 단지는 경비원 월급으로 매달 135만원씩 소속 용역업체에 지급하고 있다.

34명의 경비원을 두고 있어 매달 4천590만원을 부담한다. 경비원 연령대가 75∼80세로 고령이라 그나마 다른 단지보다 인건비 부담이 적은 편이다.

강대철 A 아파트 입주자대표 부회장은 "경비원들 나이가 많아 인건비는 적게 드는 편인데 단지 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는 민원이 많다. 경비용역 계약기간이 두달도 채 안 남아 이참에 경비원 연령을 낮춰 임금을 올리고 인원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비원을 25명으로 줄이고 연령대를 70세 안팎으로 낮추면 135만원인 월급을 165만원까지 올려줘도 전체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바뀌면 아파트 주민들은 경비원 월급으로 매달 4천125만원만 부담하면 돼 지금보다 월 465만원 부담이 준다고 한다.

2015년부터 경비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면서 나타난 경비원 해고 부작용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더욱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지난해는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가 통합보안시스템을 설치하면서 경비원 44명 전원을 한꺼번에 해고했다.

최저임금과 연계한 경비원들의 계속된 임금 상승을 우려해 무인경비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었다.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788가구)도 정부와 노동계의 최저임금 협상을 앞둔 지난해 7월, 주민 다수의 동의를 얻어 경비원 26명 전원으로부터 사표를 받았다. 최저임금 인상을 고려해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일찌감치 인력 감축을 추진한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보다 더 안정된 생활을 기대하지만, 경비원들은 일자리를 잃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분당 A 아파트 한 경비원은 "우리같이 나이 든 사람을 경비로 쓰는 단지가 많지 않다. 급료가 적어도 관리할 가구 수가 적어 일이 힘든 건 아닌데 여기서 그만두라고 하면 더는 갈 데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동에서 근무하는 경비원은 "이 단지는 20평 미만 소형 평형에 사는 사람들이라 형편이 뻔하다"며 "주민 입장도 있으니까 결정을 내리면 따라야지 별수 있겠느냐"고 했다.

강대철 부회장은 "이달 22일까지 주민 여론을 수렴한 뒤 이달 말 입주자대표회의를 열어 경비원 운영방식 변경에 관한 골격을 만들 생각"이라며 "현행 방식을 유지할지 변경할지는 최종적으로 주민투표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능하면 지금 계신 경비원들을 구제하고 싶은데, 현 용역업체와 재계약 등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