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일전쟁때 수장된 순양함서 수거
'국가 헌신' 상징 러시아 임대 요청
市 2010년 일부 수용하며 교류 '물꼬'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서로 공원 조성
'왜색' 빼고 인천 정서 반영 재설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크론슈타트에 추진됐던 일본풍의 '인천공원' 조성계획이 인천시의 요구로 백지화됐다. 러시아 측이 문제가 된 사업계획을 인천시의 도움을 받아 부지선정에서 설계까지 처음부터 다시 짜기로 했다.

인천에서 비행기로만 10시간 거리에 있는 러시아 제2의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크론슈타트에 우리나라 지명을 딴 기념 공원이 들어서게 되는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랴크호 깃발'이 계기


1904년 러일전쟁 때 인천 앞바다에 가라앉았던 러시아 순양함 바랴크(Variag)호의 깃발은 인천과 러시아 간 본격적인 교류에 물꼬를 트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바랴크호 승조원들은 당시 일본 해군과 전투 끝에 승산이 없다고 판단, 항복해 전리품을 넘겨주는 대신 배를 폭파시켜 수장시키는 것을 선택했다. 바다에 가라앉은 가로 257㎝, 세로 200㎝ 크기의 바랴크호 깃발은 일본 해군이 수거해 인천향토관에 보관하던 것을 1946년 인천시립박물관이 개관하면서 인수했다.

인천시 유형문화재 66호로 지정돼 있는 바랴크호 깃발은 러시아 국민들 사이에선 국가에 대한 헌신과 희생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러시아 측은 이 깃발의 임대를 지속해서 요청해왔는데, 인천시가 지난 2010년 이 요청을 제한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인천과 러시아 간 관계가 급격히 가까워졌다. 상대 도시를 기념하기 위한 공원을 조성키로 한 것도 이 시기다.

인천시는 지난 2011년 중구 연안부두 일대에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을 설치한 상태고,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바랴크호가 러일전쟁 참전을 위해 출항한 크론슈타트 지역에 답례 차원의 인천공원 조성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최근 일본식 조성계획이 확인되면서 논란을 빚었다.

■한국 정서 반영 인천공원 기대

인천시와 러시아 측은 논란이 됐던 일본식 공원 조성 계획을 백지화하고 인천공원을 새롭게 짓기로 최근 합의했다. 애초 인천공원의 일본식 설계는 서로에 대한 이해부족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새로운 러시아 인천공원은 한국의 전통과 정서를 반영한 설계가 이뤄질 전망이다.

러시아 측은 "한국과 인천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기본설계안을 제안해달라"는 요청을 인천시에 했고, 인천시는 이에 상응하는 방안을 마련해 러시아 측에 전달할 방침이다.

조성 과정에서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크론슈타트 관계자를 포함해 현지 우리나라 총영사관 관계자가 참여하는 워킹그룹의 영상회의를 통해 긴밀히 협의할 방침이다.

장병현 인천시 국제협력담당관은 "러시아 측과의 긴밀한 협의를 위해 구성된 워킹그룹을 잘 활용해 러시아 인천공원이 인천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원으로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