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란계 농장 2390건서
살충제 성분 '無검출' 발표불구
사용금지된 '피프로닐' 발견
검역당국 신뢰도에 '큰 상처'
부랴부랴 '뒷북 질병교육'도
정부의 산란계 농가 위생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 앞서 당국은 지난 상반기 국내 산란계 농장에 대한 검사 결과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어 검사에 대한 신뢰도를 잃게 됐다.
15일 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여름철 고온 현상으로 지난해와 올해 산란계 농장에서는 닭 진드기가 창궐했다. 진드기는 산란닭에게 스트레스를 줘 산란율을 떨어뜨렸다. 농가에서는 닭 진드기 제거를 위해 살충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현재 정부가 허가한 닭 진드기 살충제품은 와구프리와 카바린분제 등 모두 12개 제품이 있으며, 이들 살충제는 '트리클로폰'과 '비펜트린' 등의 성분이 함유돼 있었다.
트리클로폰에 노출될 경우 구토와 경련, 불안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하면 신경마비가 올 수 있다며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번에 남양주시의 한 농가에서 발견된 '피프로닐'은 '트리클로폰'보다 더욱 강한 독성을 지녀 산란계 농가에서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이다.
더 큰 문제는 '트리클로폰' 성분의 살충제를 축사 소독용으로 제한해 사용해야 하는데도 닭과 케이지(철재 우리)에 직접 살포한다는 것이다. 산란 닭의 몸 안에 축적된 살충제 성분이 계란을 통해 배출되거나, 케이지에 남아 있던 잔류성분이 계란을 직접 오염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일부 농가에서는 살충 효과를 높이기 위해 초독성 성분이 함유된 살충제를 '직접 살포 방식'으로 사용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이에 검역 당국은 최근 "올해 상반기에 국내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2회에 걸쳐 모두 2천390건의 살충제 잔류검사를 한 결과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일축했다.
하지만 이번에 '피프로닐' 살충제 계란이 발견되면서 정부의 위생관리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게 됐다. 업계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이상 고온 현상으로 닭 진드기가 확산하면서 독성이 강한 '피프로닐' 계통의 살충제 사용이 일반화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당국은 농가를 대상으로 한 '닭 진드기 및 산란계 질병 교육'에 나섰지만, '뒷북 교육'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닭 진드기가 많이 발생하면서 일부 농가들이 살충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국 산란계 농장뿐만 아니라 살충제 유통실태 전반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