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계 농가 계란 폐기처분
남양주와 광주의 산란계 농가에서 '피프로닐(살충제)'과 '비펜트린(닭 진드기 퇴치제)'이 검출돼 정부는 전국 3천마리 이상 규모의 농가에서 생산되는 계란 출하를 전격 중단하고 전수검사에 돌입했다. 15일 오후 피프로닐이 검출된 남양주 산란계 농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계란을 폐기처분하고 있다. /김종택기자 jongtaek@kyeongin.com

남양주서 국내 첫 '피프로닐' 검출
광주선 발암물질 '비펜트린' 초과
모두 친환경인증업체 불안감 확산
도내 237곳 등 17일까지 1차전수검사
오늘 일부 유통 수급 차질은 불가피

경기도 남양주시 친환경 산란계 농장 계란에서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전국의 계란유통이 사실상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또 광주의 친환경 산란계 농장 계란에서도 발암물질인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마트를 비롯해 전통시장, 편의점, 온라인몰 등 모든 유통업계는 1차 전수검사가 진행되는 17일까지 모든 계란 판매를 중단키로 했다.

정부는 계란 수급 차질 최소화를 위해 우선 15일 중 20만 마리 이상 대규모 농가부터 전수검사를 마무리하고 문제가 없는 물량은 16일부터 유통을 허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일부 유통이 가능해져도 평시 유통량의 25%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대규모 '계란 파동'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욱이 살충제가 검출된 농가 모두가 친환경 인증업체인데다 정부당국이 뒤늦게 문제의 농장에 살충제를 공급한 중간유통상의 정보를 받아 경로를 추적 중이지만 계란 특성상 소비가 빨라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5일 국내 친환경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일제 잔류 농약 검사를 하던 중 지난 14일 남양주시 소재의 8만 마리 규모 산란계 농가에서 '피프로닐'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피프로닐은 개·고양이의 벼룩·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사용되는 살충제 성분으로, 닭에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국내에서는 '피프로닐'에 대한 규정이 없어 국제 식품 농약잔류허용규정인 코덱스 규정(검출 기준치 ㎏당 0.02㎎)을 따르고 있다. 남양주 농장에서 피프로닐 성분은 ㎏당 0.0363㎎이 검출됐으며, 국내에서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날 광주시에 있는 6만 마리 규모의 또 다른 산란계 농가에서는 '비펜트린'이라는 성분이 닭 진드기에서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진드기 퇴치용 농약의 일종인 비펜트린은 사용 자체가 금지돼 있진 않으나, 미국환경보호청(EPA)이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는 물질이다.

검출 사실을 통보받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자치단체와 협조해 남양주, 광주에서 생산된 계란에 대해 잠정 유통·판매 중단 조치를 내렸으며, 정밀검사 결과 부적합 시에는 전량 회수·폐기 조치할 방침이다.

또한 이날 자정부터 전국 3천 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모든 상업 농가의 계란 출하를 중단시키는 한편, 해당 농장들을 대상으로 3일 이내 전수 검사를 실시하고, 합격한 농장의 계란만 출하를 허용할 계획이다.

경기도 동물위생시험소는 17일까지 도내 3천 마리 이상 산란계 농가 237개소 1천435만 마리를 대상으로 위생 검사를 실시한 뒤, 살충제 성분이 발견되는 농가의 경우 6개월 간 정밀검사 대상 농가로 지정해 2주 단위로 추가 검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례없는 계란대란 사태로 계란생산 농가 및 유통업계는 물론 식품업계의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친환경인증을 받은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사실에 소비자들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최규원·황성규기자 mirzstar@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