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임시정부 수립일을 대한민국의 건국일로 명시한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놓고 정치적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에 대해 "쿠데타 세력의 후예라는 것을 자인했다"고 비난하자, 한국당이 "문재인 정부가 북한을 의식하고 있다"고 맞받아치며 정국이 냉각되는 분위기다.

특히 여야가 건국절 논란을 계기로 상대 당의 이념적 토대를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나서면서 이번 건국절 논란이 역사 논쟁에서 이념 논쟁으로 번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건국절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며 "우리 현대사를 명쾌하게 정리하는 역사적 정의, 즉 히스토리컬 데피니션(Historical Definition)"이라고 밝혔다.

추 대표는 이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자랑스러운 항일 독립운동의 역사를 외면했다"며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 했고, 역사 국정교과서를 통해 1948년 건국절을 기정사실화, 공식화하려고 했다. 이는 역사 왜곡이자 축소"라고 비판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한국당이 대통령 발언을 비난한 것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는 위헌적 주장일 뿐 아니라 쿠데타 세력의 후예이고 항일투쟁을 폄훼하는 세력이라고 자인하는 것"이라며 "부질없는 건국절 논란 등을 반복하지 말라"고 말했다.

최재성 정당발전위원장은 1948년 8월 15일이 건국절이라는 한국당 혁신위의 주장에 대해 "매우 사변적이고 이념적이고 관념적"이라며 "건국절 논란 같은 것을 의도적 내지 공격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혁신위가 해야 할 일인지 의문이다"고 가세했다.

반면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3선의원 연석회의'에서 "좌파진영이 1919년 상해 임시정부를 처음 만들었을 때를 건국일로 보는 것은 북한을 의식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1948년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취임했고, 그 당시 유엔 결의에서 남한 단독정부가 수립됐다"며 "(1919년 건국론은) 그 정통성을 부인하자는 것이고, 19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남북한의 정통성 싸움을 피해가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좌파진영과 이 정부는 1948년 8월 15일의 단독정부 수립을 부인하는 것"이라며 "영토, 주권, 국민이 나라의 3대 요소이다. 1919년 상해 임시정부 이 요건을 충족할 상황인가에 대해 다시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우택 원내대표 역시 "대통령이 규정한다고 역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통령 스스로 '정부는 역사를 만들 수 없다'면서 국정교과서 폐지를 주장했는데 어떤 생각으로 이런 행동을 하나. 대통령께서 정신을 차리셔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국회의원·원외 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건국절 논란을 재점화해 역사의 문제를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였을 뿐만 아니라 국민분열을 자초했다"며 "역사는 특정 정권이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정치권이 역사에 개입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국정교과서 사태에서 똑똑히 목격해놓고 정치가 역사를 재단하려는 똑같은 우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