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는 코너
2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계란 판매코너가 손님들이 줄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마트 공급 재개 나흘째
"인체 무해하다지만 못믿어"
대부분 발길 돌려 판매 감소
전통시장들도 비슷한 상황


20일 수원의 한 대형마트 내 계란 판매 코너. 부인이 계란을 집어 들자 옆에 있던 남편이 "살충제가 있다는데 굳이 먹어야겠냐"며 핀잔을 줬다. 부부는 소소한 언쟁을 벌인 끝에 집어 들었던 계란을 내려놓고 그냥 지나쳐갔다.

'살충제 계란' 파문 이후 전수조사와 검사를 마친 계란을 중심으로 판매가 재개된 지 나흘이 지났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못해 외면하는 모습이었다.

대형마트들은 정부의 산란계 농가 전수조사가 마무리되면서 19일 이후로는 대부분 계란 판매를 정상화 했다.

실제로 20일 둘러본 대형마트들은 공급이 늦어진 일부 매장을 제외하고 대부분 '살충제 계란 파동' 이전 수준으로 계란 판매 코너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장보기에 나선 소비자들은 계란 판매 코너를 아예 외면하거나 구매를 망설이는 모습이었다. 장을 보러 나오면서도 아예 계란 구매를 고려하지 않은 소비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대형마트에서 만난 직장인 한모(40)씨는 "지금 판매되는 계란은 조사를 마쳐 인체에 무해하다지만 아직은 믿을 수 없다"며 "아이가 계란을 좋아하지만 그래도 아이 건강 때문에 당분간은 계란을 사 먹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원의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파동 이전 수준으로 공급이 재개됐지만 소비자들이 찾지 않으면서 공급량을 대폭 줄였다"며 "아직 통계를 내지는 않았지만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날 수원의 한 전통시장에서는 계란을 구매한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통시장 계란 소매상은 "최근에 계란을 찾는 손님들이 급격하게 줄어 판매대에 많이 내놓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장에 장 보러 나온 이모(45·여)씨는 "불안해서 당분간 될 수 있는 대로 계란은 먹지 않을 생각"이라며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계란이 엉터리로 판매됐는지 알 수 없어 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규원·조윤영기자 mirzstar@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