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을 코앞에 들이대고 흔드는데, 하도 분해서 아파트를 내놨다니까요."

노인들의 쉼터 기능을 해야 하는 경로당이 '절대 권력'을 쥔 임원진의 텃세와 세력화 탓에 그들만의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는 '경로당 운영 및 활성화 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도내 경로당 9천383개소에 433억8천5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냉·난방비 및 양곡비로 178억100만원, 운영비로 172억4천400만원, 사회활동비로 8억3천400만원이 올해 예산으로 책정돼있다.

이처럼 정부에서 도민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경로당이 특정 개인의 손에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실제 김포의 한 아파트에서 이모(42·여)씨는 지난 5일 경로당의 높은 문턱을 체감했다. 친정 어머니와 함께 단지내 경로당을 찾은 이씨는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지 회장에게 물었더니 '우선 회원 가입을 하라'는 안내만 되풀이했다"며 "세금 뿐 아니라 관리비 항목에도 포함된 경로당 지원금은 누가 쓰는 돈인가"라고 반문했다.

최근에는 광주 오포읍의 한 마을 경로당에서 외부에서 이주한 주민에게 입회비로 20만원을 요구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대한노인회 정관에 따라 입회비는 2만원 이내로 정할 수 있다. 경위 파악 결과 경로당 내 동아리 가입비 명목으로 20만원을 요구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세력화된 기존 회원의 경로당 '문턱 높이기'라는 풀이가 나온다.

회원 가입을 하고 구성원이 된 이후에도 경로당 회장의 '눈칫밥'을 먹어야 한다. 수원 화서동의 한 아파트 경로당 회원 박모(72·여)씨는 심지어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기도 했다.

박씨는 "경로당 회장이 고기 삶은 물을 갖다 버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마구 발길질을 하고 폭언을 했다"며 "경찰에 신고할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아들이 화를 낼 것 같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경로당 관리 주체인 지자체도 경로당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을 내놓기 어려운 실정이다.

시 관계자는 "경로당 임원진의 '갑질'이 비일비재 하지만 이웃 간의 갈등이라서 해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차라리 동 단위로 소규모 복지관을 세워 상주 관리인을 두는 것이 운영뿐 아니라 복지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