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업무능력뿐 아니라 태도 논란까지 일고 있으며,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질책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들은 거의 매일 먹는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사실 때문에 패닉상태에 빠져 있는데 주무부서 책임자는 기초적인 현황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국회 상임위 질의에 허둥대는가 하면, 살충제 달걀을 하루 2.6개 씩 평생 먹어도 괜찮다는 기준을 늘어놓으며 국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살충제 계란 파동의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상황에서 설익은 기준을 내놓아 국민들의 불안만 키운 셈이다. 장기적으로 살충제 계란을 섭취했을 때의 부작용은 조사된 바도 없다. 류 처장의 사오정식 답변에 국회의원들이 어이없어 하자, 오히려 그는 "매일 2.6개씩 먹은 사람이 있느냐"며 의원들에게 적반하장과도 같은 항의를 하기도 했다.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사람에게 국민안전 관리를 맡겨 놓은 셈이다.

더구나 류 처장은 업무파악과 대처의 미숙을 지적한 이낙연 총리의 질책을 '짜증'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지 못하고 모든 것을 남 탓으로 돌리는 무책임성마저 드러냈다. 결국 여론이 악화되자 류 처장은 23일 살충제 계란 파동과 관련한 대처 미숙에 대해 사과에 나섰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부실하게 답변한 원인을 식약처 직원의 준비 부실 탓으로 돌리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은 "영혼없는 공직자가 돼선 안 될 것"이라며 공직자의 각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그 시간에도 류 처장은 무책임한 태도, 전문성 떨어지는 답변으로 국민의 불안을 높이고 있었다. 류 처장에 대한 해임 요구를 단순히 야당의 정치공세라고 여겨서는 곤란하다. 가습기 살균제 파동에 이어 최근 살충제 달걀 발견과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로 식약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매우 높은 상태다. 류 처장에 대한 불신은 곧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나아가 문재인 정부의 인사기준과 국정철학에 대한 불신으로 옮겨붙을 수 있다. 국민의 안전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장은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하는 철학과 균형감각과 전문성을 가진 인물이어야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