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가치를 제대로 담지 못한채 중도성만 강조해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기만 했으며, 캠프가 사조직을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독선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1일 대선평가위원회가 이런 내용을 담아 작성한 '19대 대통령 선거 평가보고서' 전문을 공개했다.
위원회는 총평에서 안 대표에 대해 "선거 승리 전략도, 정책에 대한 철학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정책에 대한 후보의 입장이 불분명하고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선을 치렀다. TV토론에서는 정치적 수사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모습이었다"며 "아무런 가치도 담기지 않고 내용도 없는 중도를 표방하면서, 오히려 'MB아바타'라는 이미지를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자강론에 대해서도 "모호한 정책 태도로 호남과 영남 모두로부터 외면받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혹평했다.
위원회는 이번 대선이 '적폐청산' 요구가 강력해진 특수 상황이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위원회는 '최순실 게이트'를 거치며 보수정당 지지층 35% 중 무려 25%가 이탈했는데, 이들 '스윙 보수층'의 상당 부분이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으로 흡수된 것을 패인의 하나로 꼽았다.
보고서는 "민주당은 전통적 지지층인 '구 민주 지지층'에다 최순실 사태 이후 새롭게 지지층으로 인입된 '신 민주지지층'까지 흡수했다"며 "대선 평가에서 이 대목이 평가의 핵심지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당과 각을 세우기보다는 자유한국당과 각을 세우는 전략이 필요했다"며 "대선의 핵심 슬로건은 촛불혁명과 적폐청산이었으나 안 대표는 계속 여기서 거리를 뒀다. 오히려 적폐청산에 반대한다는 이미지, 대북정책과 대외정책에 대해 비판은 하지만 대안은 없다는 이미지를 심어줬다"고 비판했다.
선대위 지도부나 캠프 운용 방식에 대해서도 질타가 이어졌다.
이어 "중앙과 지역의 불협화음이 전반적으로 나타났다. 선거가 조직싸움이라는 상식에서 생각한다면 패배는 필연"이라며 "박지원 전 대표를 비롯한 호남 중진세력들의 조직력에 편승해 선거를 치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족한 캠프의 역량으로 대선을 치르려고 한 것도 패인이다. 캠프는 당 조직보다 안 대표의 사조직을 중심으로 움직였다는 평가도 나왔다"며 "공론화 과정 없이 밀실에서 결정된 것을 공조직이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독선적 의사결정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당론을 변경하는 과정에서도 당과 소통이 되지 않았던 점 등도 문제로 거론됐다.
선대위의 역량 부족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왔다.
위원회는 "미흡한 공약, 정책 내용과 맞지 않는 발표장소 선정 등이 복합적 문제로 작용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유치원 공약"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경쟁 후보가 '박지원 상왕론' 프레임을 가동할 때 안 대표의 리더십은 전혀 발휘되지 못했다"며 "박 전 대표는 오히려 '평양특사' 발언 등을 하며 상왕론 프레임을 강화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촛불의 메시지를 껴안은 반면, 안 대표는 촛불에 대해 원칙적인 보수의 이미지조차 주지 못하고 MB 아바타, 박지원 상왕론 같은 반(反)촛불 이미지에 갇혔다"고 평가했다.
앞서 평가위는 지난 6월부터 3개월간 175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이를 위해 설문조사와 주요 관계자 인터뷰 등을 진행했다. 다만 안 대표와는 대면 인터뷰를 하지 못해 서면으로 대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