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와 연평도, 대청도 등 이른바 서해5도는 최전방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 11월 북한의 예고 없는 무차별 포격이 자행된 연평도에선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연평도에도 주민대피시설이 있긴 했으나 대부분 1970년대 지어진 낡은 것이어서 버려진 창고나 다름없었다. 주민들은 포탄이 떨어지는 한데에 그냥 내버려진 신세였다. 정부는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 서둘러 국비와 지방비를 투입해 백령도 26개, 연평도 7개, 대·소청도 9개 등 서해 5도에 최신식 대피소 42곳을 건설했다. 지자체도 유사시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자동심장충격기를 비롯한 응급의료장비와 약품을 갖추고, 냉난방시설을 정기적으로 점검해왔다.

그러나 한 가지 불안한 것은 서해5도의 군사력 증강으로 군인가족의 이주까지 늘면서 대피소 수용률이 100% 미만으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현재 연평도와 소연평도 대피소의 주민 수용률은 88.8%에 불과하다. 백령도도 95.9%에 그치고 있다. 이런 형편임에도 옹진군이 신청한 대피소 추가 건설예산을 정부가 한 푼도 받아들이지 않은 사실이 그저 놀랍다. 백령도 두 곳과 대청도 한 곳에 25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중형 대피소를 내년까지 신축하기 위해 60억 원의 예산을 신청했지만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화학무기 공격에 대비해 인천시가 접적지역 주민대피소의 화생방 방어기능을 보강하기 위해 신청한 1억2천600만원의 예산도 전액 삭감했다.

북한은 최근 백령도와 연평도를 대상으로 하는 가상 점령훈련을 실시했다. 지난 10일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핵실험까지 실시했다. 이 보다 더한 현실적 위협이 어디 있는가. 이럴 때 정부가 할 일이란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만반의 태세를 갖추는 일이다. 우리나라 최전방 서해5도의 경우엔 유사시 모든 주민들이 대피할 수 있는 완벽한 시설을 갖추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일이다. 대피소 관련 예산의 미반영과 삭감을 두고 정부가 서해5도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사실상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서해5도 주민들은 대한민국 총알받이로 살아가야 하느냐"는 주민들의 항의를 정부는 심각하게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