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운행과 무관한 업무를 하던 경리 직원이 회사 지시로 출장 차량을 몰다 사고를 냈어도 배상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0일 자동차부품 도매업체인 H사가 퇴사한 경리 직원 A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A씨는 회사에 6천441만원을 갚으라"는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원고 패소 취지로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한 번도 운전 업무를 담당하지 않았던 경리 직원이 회사 차량을 운전하게 된 것은 회사의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며 "자동차 사고 피해자에게 지급한 배상금을 갚으라는 회사의 주장은 신의칙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입사한 지 3개월 됐던 경리 직원 A씨는 2013년 거래처 출장을 가는 상사를 위해 회사 차를 몰다 오토바이를 치어 운전자에게 전치 6개월의 중상을 입혔다.

회사는 오토바이 운전사와 보험사에 손해배상금 3억2천206만원을 지급한 후 A씨를 상대로 전액을 갚으라며 소송을 냈다.

당시 A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고, 퇴사한 상태였다.

1심은 "A씨는 월급 140만원을 받는 말단 직원에 불과했고, 담당 업무도 운전과 무관한 경리 업무였다"며 회사의 요구는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A씨가 전방주시 의무를 소홀히 해 사고가 발생한 만큼 일부 책임이 있다"며 손해배상금 중 20%에 해당하는 6천441만원을 갚으라고 선고했다.

대법원은 1심이 옳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연합뉴스